남북 당국자들이 21일 개성공단에서 북한이 통보한 ‘개성공단 사업 관련 중대 문제’를 협의하기 위해 접촉한다. 이명박 정부 들어 사실상 첫 당국자 간 대화다.
그러나 북한은 이 자리에서 지난달 30일부터 조사 중인 현대아산 직원 유모(44)씨의 신병 처리 문제와 개성공단 운영 방침 등을 일방적으로 통보할 가능성이 높아 접촉 결과에 따라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가 갈림길에 설 전망이다.
통일부는 20일 김영탁 개성공단사업지원단장과 문무홍 개성공단관리위원장 등 남측 참석자 7명이 21일 오전 9시 경의선 육로를 통해 방북, 북측 공단 관계자와 접촉한다고 밝혔다.
이번 접촉에서 북한은 16일 통지문에서 밝힌 대로 ‘개성공단 사업 관련 중대 문제’를 언급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이에 대해 현대 직원의 신변 안전과 개성공단 운영의 안정성 보장 등을 촉구할 계획이다.
만약 북한이 유씨를 기소하거나 개성공단을 폐쇄하겠다는 자신들의 입장을 일방적으로 통보한다면 향후 남북관계가 더 경색되고 한반도 정세도 위중해질 수밖에 없다. 반면 북한이 직원을 남쪽으로 추방하는 선에서 그칠 경우 남북대화 재개 분위기가 무르익을 수 있다는 지적이나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이와 관련, 이명박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안보관계장관회의를 열어 개성 접촉과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참여 문제 등을 협의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우리의 대북 대응 기조를 점검해보자는 차원에서 모인 것”이라며 “정부의 기조는 담담하고 원칙적으로 대응해 나간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우리측 억류자의 신병을 즉각 인도해야 하고 개성공단은 계속 가동돼야 하며 남북대화를 하자는 실용적 입장에 변함이 없다”며 “원칙은 확고하게 지켜 나가면서 실용적, 탄력적으로 대응해 나갈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정부 고위당국자도 “PSI 전면 참여 발표 시기는 남북관계 변수에 따라 조정될 수 있다”고 밝혀 여지를 뒀다.
한편 이상희 국방부 장관은 국회 예결특위 전체회의에 출석, 한나라당 조해진 의원의 북한 도발 가능성 질문에 “북한은 그들이 지금까지 해온 대로 그들의 의도를 달성하기 위해 지상, 해상, 공중에서 국지 도발을 감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서울이 군사분계선에서 50㎞밖에 안 떨어져 있지만 우리는 평양이 150㎞ 떨어져 있어도 이는 수치일 뿐이고, 수치는 중요한 의미를 갖지 않는다고 판단한다”며 북한의 도발에 맞대응 하겠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
정상원 기자 ornot@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