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충무로의 시선은 24일에 쏠려있다. 5월 13일 개막하는 제62회 칸 국제영화제 경쟁부문 진출작 발표가 있는 날이기 때문이다.
올해 칸 입성에 도전하는 한국영화들은 어느 해보다 풍성하다. 박찬욱 감독의 '박쥐'와 봉준호 감독의 '마더', 홍상수 감독의 '잘 알지도 못하면서'가 국내외 언론에서 오르내린다.
2007년 '밀양'과 '숨'이 이뤘던 경쟁부문 동반 진출의 경사를 재현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세계 영화의 최전선에서 한국영화가 거장들의 작품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다면 언제나 반길 일이다.
하지만 지나친 기대는 경계해야 한다. 실망이 막심할 수 있다. 후유증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벌써 나오고 있다. 영화 '마더'의 제작사 바른손 관계자는 "올림픽 나가서 금메달 따려는 것도 아닌데 관객들 기대가 크다 보니 부담도 크다"고 말했다.
칸 진출이 유력하다는 말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듣다가 정작 초청장을 받지 못하면 관객들이 해당 영화를 평가절하할 수 있다는 우려다.
베니스영화제와 베를린영화제의 권위가 추락하면서 칸의 문화권력은 더욱 단단해지고 있다. "세계의 유명 감독 대부분이 칸 개막에 맞춰 영화를 만든다"는 말이 심심찮게 나돌 정도다. 하지만 영화제가 입시는 아니지 않은가. 칸 진출이 한 영화의 완성도를 판가름하는 절대 기준은 당연히 아니다.
더욱이 올해 칸으로 가는 길은 무척 좁아보인다. '왕들의 귀환'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황금종려상을 이미 손에 쥐었던 제인 캠피온('밝은 별')과 쿠엔틴 타란티노('인글로리어스 바스타즈'),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테트로') 등이 테리 길리엄('파르나서스 박사의 상상극장'), 알레한드로 아메나바르('아고라') 등과 함께 강력한 후보로 점쳐진다.
한국영화가 이들의 이름과 함께 호명된다면 갈채를, 하마평에 머무른다면 격려를 보냈으면 하는 바람이다.
한 가지 부탁 더. 올해는 칸을 등에 업은 얌체 장사는 사라졌으면 한다. 레드 카펫 한번 못 밟고선 '칸의 여인' '칸의 구애' 등으로 과대포장한 낯 뜨거운 이메일, 절대 사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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