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라고 유재석, 강호동과 하고 싶지 않겠습니까."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대망' PD는 MC들 면전에서 유재석과 강호동을 원했다. 이는 어쩔 수 없는 사실이다.
KBS '개그콘서트'를 빼면, 예능 프로그램 주간 시청률 1~5위는 모두 '유-강'의 몫이다. 두 사람이 다른 MC들보다 월등해서만은 아니다. 그들이 진행하는 MBC '놀러와', SBS '야심만만'은 동시간 대 KBS '미녀들의 수다'에 시청률이 뒤지기도 한다.
해답은 리얼 버라이어티 쇼에 있다. MBC '무한도전', SBS '패밀리가 떴다', KBS '1박 2일' 등 두 MC의 주력 프로그램들은 리얼 버라이어티 쇼이며, 반면 그들 없는 리얼 버라이어티 쇼 중 성공사례는 거의 없다. 그나마 성공했던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우리 결혼했어요'도 '가상 결혼' 콘셉트의 힘이 떨어지면서 시청률이 급락했다.
리얼리티 쇼, 재미있는 캐릭터, 게임, 콩트 등이 모두 섞인 리얼 버라이어티 쇼는 현재 가장 대중적인 오락 프로그램이지만, 그만큼 MC에게 다양한 능력을 요구한다. 콩트, 코미디, 토크쇼, 'X맨' 같은 버라이어티 쇼를 모두 경험하면서 다양한 출연자들과 호흡했던 '유-강'은 리얼 버라이어티 쇼에 최적화 된 MC들인 셈이다.
그렇다면 다른 PD와 MC들은 리얼 버라이어티 쇼를 만들지 말아야 할까. '무한도전'의 'YES OR NO'는 그에 대한 모범답안이었다. 이 프로그램은 출연자들이 결과를 모른 채 'YES OR NO'를 답하게 하고, 답에 따라 서울부터 마라도까지 흩어지게 만들었다.
그래서 유재석은 다른 멤버들과 헤어져 출연자들을 이끌 수 없었고, 출연진은 답에 따라 예상 못한 미션을 수행하느라 웃길 틈도 거의 없었다. '무한도전'의 장점인 '유재석'과 '캐릭터 코미디'를 포기한 셈이다.
하지만 '무한도전'의 제작진은 답변에 따라 출연자에게 황당한 과제를 주고, 끊임없이 반전을 만들어내면서 'YES OR NO'를 근래 '무한도전' 최고의 에피소드로 만들었다. '유-강 전성시대'가 오락 프로그램의 중심에 MC가 있다는 상징이라면, 'YES OR NO'는 그 중심이 제작진으로도 바뀔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지금 오락 프로그램의 PD들이 할 일은 두 사람의 섭외가 아니라 MC의 영향력을 최대한 줄일 수 있는 새로운 리얼 버라이어티 쇼를 만드는 것일지도 모른다. 물론, '무한도전'도 유재석이 진행하지만 말이다. 최고의 MC에게 기획력 좋은 PD까지 함께라니, 다른 MC와 PD들의 한숨이 더욱 커질 것 같다.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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