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남대문시장에서 장사를 하는 안기호(52)씨는 요즘 김과 김치를 대량 확보하느라 바쁘다. 다음주 일본의 황금연휴가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안씨는 "엔화 환율이 떨어지면서 일본인 관광객이 잠시 주춤했는데 지금은 가게들마다 마지막 찬스라며 난리"라며 "이웃 가게는 일본어 아르바이트생까지 구했다"고 전했다.
4월 말부터 5월 초까지 이어지는 일본의 황금연휴(골든위크)를 앞두고, 국내 숙박ㆍ유통업계가 분주하다. 서울 명동 상가와 남대문시장 뿐만 아니라, 백화점 호텔 등도 직원들 휴가까지 유보하며 '일본인 특수'에 대비하고 있다.
일본의 황금연휴는 일왕 생일인 29일부터 5월 3일 헌법기념일, 4일 녹색의 날을 거쳐 5일 어린이날까지 이어지며, 업체에 따라서 길게는 5월 10일까지 연휴를 즐긴다.
일본 최대 여행사인 JTB는 이 기간 한국을 찾는 일본인 여행객 수가 9만8,000명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지난해 골든위크 기간보다 32.4%가 증가한 수치다.
국내 업계는 100엔 당 1,600원대였던 엔화 환율이 이달 들어 1,300원대로 떨어지면서 잠시 주춤했던 일본인 특수가 다시 부활할 것으로 보고 물품 준비에 여념이 없다.
명동에서 잡화상을 하는 이모(36)씨는 "환율 하락에 북한 로켓 발사까지 겹쳐 일본인 매출이 조금 줄었는데, 이번 연휴는 추석 대목보다 더 기대된다"며 웃었다. 화장품 가게 직원 김모(28ㆍ여)씨는 "일본 여성들이 좋아하는 BB크림을 확보하기 위해 가게마다 전쟁"이라고 말했다.
서울 강남의 Y피부과 김모 원장은 "엔화 가치가 다시 1,600원대가 되기는 힘들어 사실상 마지막 '대박' 기회로 보고 있다"며 "5월 초는 국내에서도 연휴기간이지만, 일본인 관광객들을 상대하기 위해 병원 문을 열 계획"이라고 말했다.
호텔업계는 그야말로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황금연휴기간 일본 관광객 예약률이 지난해에 비해 300% 가량 증가한 곳도 있다. 하나투어의 전기훈(35) 팀장은 "강남쪽 호텔도 이미 방을 구하기 힘든 상황인데도 4대문안 호텔을 달라는 일본인들을 달래느라 비상"이라며 "일부 호텔은 직원들 휴가도 유보시켰다고 한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항공업계도 임시편을 대거 투입하며 일본인 잡기에 나서고 있다. 연휴기간 대한항공은 28회, 아시아나항공은 23회 전세기를 일본 노선에 증편할 예정인데, 대부분 노선의 예약률이 벌써 90%를 넘어섰다. 이승렬(41) 대한항공 차장은 "피크인 5월 2일과 3일은 예약률이 99%에 이른 노선도 있다"고 말했다.
송태희 기자 bigsmile@hk.co.kr
강희경 기자 kbsta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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