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석 중인 국세청장 인선이 계속 미뤄지고 있다. 한상률 전 국세청장의 사의 표명(1월19일) 이후 벌써 3개월이 지나도록 국세청 차장의 대행체제가 지속되고 있다.
왜 이렇게 늦어지는 것일까. 이명박 대통령 특유의 장고(長考)형 인사스타일 때문이라는 게 중론이다.
최근 한나라당의 한 핵심인사는 이 대통령에게 "인사를 왜 서두르지 않느냐"고 물어봤다고 한다. 이 대통령은 "천천히 할수록 인사대상 후보자들에 대한 여러 정보들이 많이 입수되고, 이에 따라 검증을 통해 적임 여부를 보다 명확히 가릴 수 있다"고 답했다는 것이다.
아울러 현재 국세청장 대행인 차장과 서울 국세청장을 유심히 지켜볼 기회도 갖고 이들을 외부인사들과 비교해보고 있다는 것이 우보(牛步) 인사의 또 다른 이유였다.
이 대통령의 인사스타일을 다른 각도에서 엿볼 수 있는 장면 하나 더. 지난해 말 청와대는 내부 행정관(3~5급)에 대한 물갈이 인사를 대대적으로 단행했다. 업무 능력이 떨어지거나 비리 등 구설수에 오른 사람에 대한 문책성 인사였다.
당시 김백준 청와대 총무비서관이 퇴출자 명단을 들고 대통령에게 결재를 받으러 갔는데, 이 대통령은 "이 사람들(퇴출자)을 각각 누가 추천했는지 다시 알아보라"고 서류를 되돌려 보냈다.
측근들 중에서 누가 함량 미달의 인사들을 많이 추천했는지 체크해보기 위해서였다. 김 비서관은 추천인 이름을 병기해 다시 서류를 내놓았고, 이 대통령은 일일이 숫자를 세어 본 뒤 결재했다. 최측근들의 인사추천 성적표는 이렇게 이 대통령에 입력돼 있다.
이 때문에 최측근이라도 부적격자들을 많이 추천한 사람이 또 다른 인사에 의견을 내놓을 경우, 이 대통령은 반드시 한두 번 더 교차점검을 지시한다고 한다.
청와대 관계자는 국세청장 인선에 대해 "거의 다 왔는데 MB(이 대통령 이니셜)가 아직 최종 결심을 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이 대통령 특유의 독특한 인사방식을 거쳐 마지막 낙점 단계까지 와 있다는 설명이다.
'난산 끝 옥동자'가 나올 수도 있고, '장고 끝 악수'를 둘 수 있는 것도 인사이기에, 3개월간 고민해온 이 대통령의 국세청장 인선이 어떤 식으로 귀결될 지 더욱 주목된다.
염영남 기자 liber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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