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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학규 前대표 "야당이 살아야 나라 살아… 칩거 깬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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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학규 前대표 "야당이 살아야 나라 살아… 칩거 깬 이유"

입력
2009.04.21 0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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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이 따뜻하게 맞아주시니 희망이 보이네요."

19일 낮 인천 부평구 산곡동에서 만난 민주당 손학규 전 대표는 밝은 표정이었다. 꼭 1년 전인 18대 총선 때 고뇌에 차 있던 모습과는 딴판이었다. 지난 해 7월 당 대표에서 물러난 지 9개월 만에 부평을 4ㆍ29 재선거 지원유세로 사실상 정치에 복귀한 그와 동행했다.

오랜 칩거를 깨고 지원유세에 나선 이유부터 물었다. 그는 "사정이 위중해 조그만 힘이라도 보태려고 나왔다"며 "야당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정치활동 재개 여부에 대해서는 "잠깐 나왔다. 아직 나 자신이 더 고민해야 할 게 많다"고 말을 아꼈다.

내친김에 정동영 전 장관의 무소속 출마 얘기를 꺼냈다. 그는 "당이 가뜩이나 어렵다. 당이 잘 돼야 한다"고 짧게 답하더니 "주민들 만나러 가야지"라며 인근 도깨비시장으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민주당 후보를 지원하기 위해 늘어선 가게에 들어설 때마다 반갑게 맞는 주민들이 "언제 다시 정치를 하시나요"라며 관심을 보이자 손 전 대표는 더 힘이 나는 듯했다. 그는 "다들 장사하느라 귀찮을 텐데도 격려해 주시니 기운이 난다"고 말했다.

손 전 대표는 20분쯤 지나 시장 거리에서 정세균 대표와 마주쳤다. 둘은 활짝 웃으며 한참을 포옹하더니 "이렇게 와 줘서 고맙다" "고맙긴. 정 대표가 더 애쓰는데"라며 덕담을 나눴다.

손 전 대표는 "의석 하나 늘리는 게 아니라 야당이 살아야 한다는 책임감을 가져달라"는 당부도 했다. 재보선이후 정 전 장관에 맞선 정 대표와 손 전 대표의 연대 가능성을 점쳐볼 수 있는 대목이다.

어색한 상황도 있었다. 정몽준 최고위원 등 한나라당 유세단과 마주친 것. 정 최고위원은 먼 발치서 손 전 대표를 알아보고 잠시 머쓱해 하더니 다가가 "강원도에 계시더니 더 건강해 지셨네요. 근데 좀 살살하세요"라고 했고, 손 전 대표는 웃으며 "수고 많습니다"라고 짧게 악수한 뒤 지나쳤다.

한 시간쯤 거리를 누비다 오후 1시가 넘어 인근 식당에 들어가 김치찌개를 주문했다. 그는 "선거운동 기간 동안 맨 앞에서 고개 숙이고 '잘 좀 봐주십시오'라고 하면서 다닐 것"이라고 말했다.

재차 정 전 장관 얘기를 꺼내자 그는 김치를 먹음직스럽게 찢어 수저에 올리더니 "밥 먹자구. 선거운동하러 오면 밥이 항상 맛있어"라며 말을 돌렸다.

이날 손 전 대표는 오후 8시까지 부평 4곳, 시흥 2곳을 도는 강행군을 했다. 정 전 장관과의 차별성을 한껏 부각시키며 유세를 다니는 그는 말은 아꼈지만 이미 정치에 다시 발을 들여 놓았음을 느낄 수 있었다.

부평=김광수 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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