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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북한의 로켓 발사 관련국 '셈법' 제각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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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북한의 로켓 발사 관련국 '셈법' 제각각

입력
2009.04.21 0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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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하나의 로켓을 쏘아 올렸고, 탑재물은 궤도에 진입하지 못한 채 태평양 한 가운데 추락했다. 그러나 이를 바라보는 시각이 나라마다 천차만별이다.

먼저 일본을 보자. 일본은 북한의 로켓이 미사일이었으며 발사는 성공적이었다고 주장한다. 사실 '성공한 미사일'이란 일본의 판정은 발사 전부터 예견된 결과다. 한때 한자리수까지 추락했던 아소 다로 총리의 지지율이 로켓 발사 예고 이후 두 달 새 30%를 육박하는 수준까지 올랐음이 그 이유를 대변한다. 군사력 증강을 위한 발판도 마련 됐으니 일본은 어찌 보면 북풍(北風)의 피해자가 아닌 최대 수혜자란 느낌마저 든다.

반면 중국과 러시아는 일본과 정반대의 입장을 취했다. '실패한 인공위성'이란 것이다. 발사 직후 러시아 대변인이 "인공위성을 쐈다"고 발표하고, 관영 이타르타스 통신이 "궤도에 인공위성의 존재가 없다"고 실패를 확인한 점이 러시아의 시각을 드러낸다. 중국 또한 외교부 성명을 통해 "관련국들은 냉정과 자제를 유지하고 지역 평화와 안정을 위해 공동 노력해야 한다"고 말하며 실패한 위성에 대한 과민 반응을 경고하고 있다.

미국은 '실패한 미사일'로 입장을 정리했다. 발사 직후, 북한의 로켓을 미사일로 규정한 오바마 대통령의 발언과 "세번 쏘아 세번 실패한 미사일"이라 지적한 제임스 카트라이트 미 국방부 부의장의 발언이 미국의 시각을 대변한다. 로켓을 미사일로 규정해 대북 제재의 필요성을 부각하되, 발사를 실패로 정의해 향후 협상국면에서 북한의 몸값을 올려주는 우를 피하고 북한의 미사일에 관심을 가진 잠재 고객들의 구미를 잃게 만드는 전략이다.

그렇다면 정작 북한은 어떤 결론을 내렸을까? 북한의 로켓 발사 비용은 대략 3억 달러로 알려졌다. 이는 북한의 연간 교역규모 30억 달러의 10분의 1에 해당하고 북한의 식량부족분을 매울 수 있는 엄청난 규모다. 막대한 돈을 쏟아 붓고도 위성을 궤도에 올리지 못했으니 북한은 참담한 심정으로 실패를 곱씹고 있어야 정상일 게다.

그러나 북한의 셈법은 다른 듯하다. 우선 3억 달러의 비용은 자본주의체제의 가정에 따른 추정일 뿐이다. 북한의 인건비와 물가 수준을 고려하면 3억 달러에 훨씬 못 미치는 비용으로 발사를 준비했을 가능성이 높다. 사실 확인할 수 있는 비용은 연료 및 원자재 정도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3억 달러의 10분의 1에 불과한 비용으로 충분히 가능하다는 계산이다.

설사 3억 달러의 비용이 들었다고 해도 북한 입장에서는 남는 장사일 수 있다. 2000년 페리 프로세스에서 북한은 미사일 개발 중단의 대가로 3년간 매년 10억 달러의 인센티브를 받는 제안을 받았다. 따라서 북한은 당연히 3억 달러짜리 샘플로 30억 달러, 아니 그 이상을 벌 수 있는 거래를 염두에 두고 있을 것이다.

더불어 북한은 로켓 발사를 통해 '강성대국'의 일면을 주민들에게 과시했고, 제9기 김정일 체제 출범을 기념하는 상징적 성과도 창출했다. 국제사회가 아무리 실패를 떠들어도 주민들은 알 길이 없으니 내부선전용으로는 만점의 효과다. 아울러 미국과 세계의 관심을 끌었으며, 언젠가 전개될 북미 직접협상에서 활용할 수 있는 새로운 카드의 확보에도 성공했다.

나쁜 행동에는 보상이 없을 것이고 철저한 한미공조를 통해 북한의 요구에 말리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우리 정부의 희망이 맞는지, 북한의 셈법이 맞는지는 수년 아니 수개월 내에 판가름 날 것이다.

홍정욱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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