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후반기 들어 한국농구는 침체에 빠졌다. 한국은행 기업은행 산업은행 등 금융권에서 운영하는 팀들이 있었지만 여러 면에서 어려움이 많았다. 이병희(1926~1997) 대한농구협회장은 "삼성, 현대가 나서야 농구가 산다"며 두 그룹에 창단을 권유했다. 삼성은 1978년 2월28일, 현대는 그보다 하루 늦은 3월1일 닻을 올렸다.
농구 이전에 '재계 라이벌'이었던 두 팀은 경쟁적으로 우수 선수들을 스카우트했다. 창단 초기 삼성은 신동찬 박인규 안준호 조동우 임정명 이성훈 김현준 김진 등을, 현대는 박수교 이충희 신선우 조명수 김성욱 이문규 이장수 이원우 등을 확보했다.
'국가대표의 산실'이었던 삼성 현대는 당연히(?) 우승도 양분했다. 점보시리즈로 출범한 농구대잔치 원년(1983~84)에는 현대, 이듬해(1984~85)엔 삼성이 우승컵을 품었다. 이후로도 두 팀은 매 대회 결승 또는 준결승에서 만나 '전쟁'을 벌였다.
삼성과 '현대(현 KCC)'가 18일부터 7전4선승제로 펼쳐지는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에서 우승컵을 다툰다. 재계 라이벌이자 전통의 명가인 두 팀이 챔피언 결정전에서 만난 것은 1985년 이후 24년 만이자 97년 프로 출범 이후로는 처음이다. 프로에서 삼성은 두 번, KCC(현대 포함)는 세 번 우승 트로피에 입을 맞췄다.
삼성은 31년전과 마찬가지로 지금도 삼성이지만 현대는 2001년 KCC로 바뀌었다. 현대의 간판이 KCC로 바뀐 탓에 예전만큼 라이벌 의식이 강한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아주 사라진 것은 아니다.
서울 삼성은 '영원한 삼성맨' 안준호(53) 감독이 2004년부터 지휘봉을 잡고 있다. 삼성의 제6대 감독인 안 감독은 선수, 코치, 감독으로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감독으로 챔프전 진출은 통산 세 번째다. 안 감독은 올해로 삼성에서 밥을 먹은 지 31년째다.
전주 KCC는 2005년 '농구대통령' 허재(44) 감독을 사령탑에 앉혔다. 허 감독은 기아의 간판으로 오랫동안 활약하다 현역 말미에 원주 TG(현 동부)로 옮겼다. 허 감독은 2006~07시즌엔 농구인생 30년 만에 처음 꼴찌의 수모도 당했지만, 감독 재임 4년 중 세 차례나 팀을 플레이오프에 올렸다. 허 감독은 올해는 6강, 4강을 거쳐 팀을 챔프전까지 진출시켰다.
최경호 기자 squeez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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