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의 한 시민단체가 교황 베네딕토 16세에게 탄원서를 보냈다. "성하, 우리 신부님의 영혼을 구원해 주십시오."이 신부는 걸핏하면 승용차를 몰고 시속 200㎞ 이상 고속으로 질주하는 스피드광이었다. 성당 3곳의 미사 시간에 대려고 폭주족처럼 차를 몰아 사고를 낼 뻔한 것도 여러 차례. 경찰 단속에 걸리면 "하느님이 보살펴 주시니 문제 없다"고 목청을 높였다. 보다 못한 시민단체가 나섰다. "성하, 신자들에게 미칠 악영향을 고려해 그가 폭주와 폭주를 자랑하고 싶은 유혹을 떨쳐 버리도록 만류해 주십시오." 2007년 초의 일이다.
▦무한 질주는 하느님에게 의탁한 신부님조차 억누르지 못하는 인간의 본능일까. 스피드에 심취한 사람들은 말한다. 고속 질주를 할 때 엔진의 리드미컬한 기계음과 움직임, 오감으로 전달되는 속도감에 온 몸이 전율하는 기분은 느껴 보지 않으면 모른다고. 인간의 무한 질주 욕망은 자동차 제작 기술의 비약적 발전을 가져왔다. 현재 가장 빠른 자동차는 미국의 'SCC 얼티메이트 에어로'로, 2007년 시속 411.88km로 달렸다. 특수차량으로는 제트엔진을 장착한 영국의 '스러스트 SSC'가 1997년 마하 1.28의 속도로 달리는 데 성공했다.
▦무한 질주 욕망은 자동차 경주도 탄생시켰다. 자동차 경주는 차종에 따라 포뮬러ㆍ스포츠카ㆍ투어링카 레이스로 대별된다. 4분의 1마일(402.33m)의 직선 도로에서 차 2대가 질주하는 '드래그 레이스'는 변형된 자동차 경주라 할 수 있다. 1948년 미국의 한 월간지 기자가 창안한 드래그 레이스는 로스앤젤레스 인근 공군 비행장에서 일반인들이 취미 삼아 한 것이 시작이다. 프로 드래그 레이스에서는 휘발유보다 폭발력이 강한 니트로메탄(85%)ㆍ메탄올(15%) 혼합 연료를 쓰는데, 2,000마력 이상의 엔진을 장착하고 출발 3초 내에 300㎞ 속도에 도달한다.
▦수도권 도로에서 722차례나 심야 드래그 레이스를 한 상류층 폭주족 301명이 적발됐다. 빠른 출발과 급가속이 승패를 가르는 드래그 레이스는 소음이 심할 수밖에 없다. 또 300㎞ 이상의 고속으로 질주하기 때문에 일반 도로에서는 금물이다. 그러나 이들은 시민들이 잠을 못 자고 일반 운전자들이 질겁을 하는데도 아랑곳하지 않은 채 무한 질주의 쾌감을 즐겼다. 대당 10억원이 넘는 수입차를 몰 만큼 부유하다면 양양공항처럼 파리만 날리는 지방공항의 활주로를 빌려 사용할 생각은 왜 안 했는지 모르겠다.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일 텐데 말이다.
황상진 논설위원 apri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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