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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콘텐츠진흥원이 제구실을 하려면

입력
2009.04.21 0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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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콘텐츠진흥원이 내달 7일 공식 출범한다. 초대 원장에는 이재웅 동의대 교수가 이미 선임됐다. 이 기관은 기존 5개 관련기관(문화콘텐츠진흥원, 방송영상산업진흥원, 게임산업진흥원, 문화콘텐츠센터, 소프트웨어진흥원 디지털콘텐츠사업단)을 하나로 통합한 거대 조직이다. 차세대 핵심 성장동력인 콘텐츠 산업의 육성을 책임진 만큼 역할과 책임이 크고 중요하다.

원 소스 멀티 유즈(One source multi-use) 시대에 콘텐츠의 융합과 통합은 필연이다. 만화니 게임이니 영화니 방송이니 하는 장르의 구분이 이제 사실상 무의미해졌다. 콘텐츠가 자기 장르에서만 소비되어서는 경제성과 경쟁력을 가지기 어렵다. 정부가 목표로 하는 문화산업 5대강국, 일자리 창출도 결국은 어떤 콘텐츠를 개발해서, 얼마나 다양한 장르에 활용해 '시너지효과'를 최대한 발휘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굳이 디즈니 애니메이션이나 일본의 게임을 들먹일 필요도 없다.

그러므로 콘텐츠 진흥과 지원정책 역시 제 각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올해 만화와 애니메이션 분야의 행사와 인력양성사업에서 보듯 심지어 정부 계획에까지 나타나고 있는 중복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통합적 시각은 필요하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단순한 더하기와 합치기를 넘어 장르의 특성을 살리면서도 장르간 소통을 넓히는 데 주력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2,000억원 가까운 정부의 예산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조직과 전문 인력을 갖춰야 한다.

지원방식도 달라져야 한다. 행정 편의주의, 면피주의에 빠진 '다건 소액'의 나눠먹기 식 관습에서 벗어나 정부의 공언대로 되는 나무에 과감하게 물을 주는 '선택과 집중'으로 콘텐츠의 글로벌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공개적이고 투명한 절차와 기준만 마련한다면 못할 것도 없다. 그 동안 정부는 틈만 나면 콘텐츠산업 육성을 부르짖고 예산도 준비했지만 새로운 길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전문성 부족에 대선 캠프 출신의 낙하산 인사라는 일부의 비판을 불식하기 위해서라도 하루 빨리 이재웅 원장은 그 길을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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