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석면 오염 우려가 있다며 1,122개 의약품에 대해 판매금지 조치를 내렸던 식품의약품안전청이 1주일 여 만인 17일 이중 20%에 달하는 215개 품목에 대해 판매를 다시 허용해 소비자들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식약청은 이날 판매금지 조치에 이의를 신청한 54개 제약회사의 307개 품목을 검토한 결과, 동국제약의 '인사돌' 등 215개 품목에 대해 판매금지 명령을 취소하거나 변경했다고 밝혔다. 일부 조건을 달았지만 사실상 판매를 다시 허용한 것이다.
식약청에 따르면 '인사돌' 등 8개 품목은 약품 허가서 등 당초 실태조사에서는 석면이 검출된 덕산약품의 탈크를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으나, 덕산탈크가 쓰인 제품은 제조만 됐지 출하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품목은 출하되지 않은 덕산탈크 사용 제품만 폐기하고, 나머지는 다시 유통할 수 있도록 판매금지 명령 내용이 변경됐다.
또 SK케미칼의 '레바신정'과 동구제약의 '디포민정' 등 24개 품목은 서류상 기록만 있었을 뿐 덕산탈크가 실제 사용되지 않았거나, 덕산탈크 사용분은 이미 유효기간이 지난 것으로 최종 확인돼 판매금지 명령이 취소됐다.
이와 함께 제조시기에 따라 적합 판정을 받은 탈크와 덕산탈크를 번갈아 사용한 183개 제품은 덕산탈크가 사용되지 않은 제품에 한해 판매가 다시 허용됐다.
결국 식약청은 1,000개가 넘는 의약품에 대해 시중유통 여부 등에 대한 면밀한 점검 없이 덕산탈크가 사용됐다는 서류상 흔적만으로 허겁지겁 판매금지부터 시킨 것이다.
이에 대해 식약청 관계자는 "상당수 제품이 급박한 실태조사 과정에서 회사측 등의 일부 착오로 판매금지 대상에 포함됐다가 이번에 풀리게 됐다"고 해명됐다.
특히 인사돌에 대해서는 "회사측이 덕산탈크를 사용했다는 확인서를 제출해 판매금지 대상에 포함됐고, 이후 덕산탈크를 사용한 제품은 출하되지 않았다고 해명한 부분도 자료상 생산량과 재고량의 차이가 있어 판매 재허용까지 추가 조사가 필요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당초 식약청의 조치가 석면탈크 관련 뒷북조치에 대한 국민적 비판을 피하기 위해 일단 판매금지부터 시킨 전형적인 전시행정이라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유병률 기자 bry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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