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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ere] 시험가동한 진도 울돌목 조류발전소 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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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ere] 시험가동한 진도 울돌목 조류발전소 가보니

입력
2009.04.21 0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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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전남 해남과 진도를 잇는 진도대교 동쪽의 명량해협. 어선 한 척이 시커먼 연기를 내뿜으며 물살을 거슬러 오른다. 이 배가 1㎞ 남짓한 해협을 통과해 시야에서 사라지기까지 걸린 시간은 30여분. 바닷물의 흐름이 워낙 빨라 바다가 기괴한 울음소리를 낸다는 '울돌목'의 한 풍경이다. 지구상에서 다섯 번째로 거친 물살을 자랑하는 이곳은 이순신 장군이 12척의 군함을 이끌고 적함 133척을 궤멸시킨 명량대첩 현장이기도 하다.

400여년이 지난 지금, 이곳에선 세계 발전사에 새로운 획을 그을 거대한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한국동서발전이 지난달 시험 발전을 시작한 시험조류발전소가 그 주인공이다. 가로와 세로 각 16m, 높이 48m에 달하는 1,000여톤 규모의 철 구조물이다. 초속 5m 이상의 물살을 온 몸으로 견디며 수차를 돌게 해 1MW의 무공해 전기를 생산하는 설비로, 아시아에서는 처음이고 발전효율로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조류발전은 달과 지구의 인력으로 발생하는 조류에 수차를 내려 발전하는 방식으로, 바닷물을 댐으로 가둬 발전하는 조력발전과 구분된다. 댐을 만들 필요가 없어 선박과 어류의 이동이 자유로운 친환경 발전 방식인데다, 날씨에 따라 들쭉날쭉한 풍력ㆍ태양 에너지와 달리 규칙적인 전기 생산이 가능하다.

울돌목 조류시험발전소 현장 관계자는 "해저 지형이 V자형이어서 물살이 가장 빠른 사리물 때에는 바닷물이 마치 폭우가 계곡을 타고 흐르는 듯 거칠다"면서 "상용화에 성공할 경우 2018년까지 울돌목에 50MW, 진도 남쪽의 장죽수도에 150MW, 맹골수도에 250MW 등 총 450MW의 전력을 생산할 것"이라고 말했다.

450MW의 전기는 진도군민 전체(1만6,000가구)가 쓰고도 남을 양이다. 동서발전은 이를 통해 연간 1,800억원의 원유대체 효과와 70만톤의 이산화탄소 배출감소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동서발전 이길구 사장은 "울돌목 조류발전소는 시작일 뿐"이라며 "진도를 세계 신ㆍ재생에너지의 메카로 키워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2004년 관련 연구가 시작돼 2005년 공사가 시작됐지만, 여느 바다보다 3배 이상 빠른 물살 탓에 그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2006년 8월과 2007년 4월 구조물을 설치하던 해상 크레인이 조류에 떠밀려 진도대교와 충돌하는 사고도 발생했다. 건설 현장소장이 두 차례 바뀌고 공사비도 2배 이상 늘었다.

친환경 발전시설이라고는 하지만, 주변과 도무지 어울리지 않는 10층 아파트 높이의 철 구조물이 아름다운 경치를 해친다는 지적도 있다. 진도대교 인근 휴게소 관계자는 "이 곳은 진도대교를 중심으로 북단의 명량대첩탑과 거북선을 전시한 우수영전시관, 부녀자들이 군무를 춰 왜적을 현혹했다는 강강수월래 전수관, 울돌목 전망대 등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지역"이라며 "대규모 발전설비가 이 일대의 풍광을 망치고 오가는 배들의 안전 운항에 큰 위협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진도=정민승 기자 ms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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