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계의 페넌트 레이스, 'KB 리그'의 시즌이 돌아 왔다. 출범 6년차를 맞아 세계 최강 한국 바둑의 든든한 주춧돌로 자리 매김한 'KB국민은행 2009 한국바둑리그'가 다음 달 13일 개막한다.
'2009한국바둑리그'에는 지난 해보다 한 팀이 줄어든 7개 팀이 참여한다. 지구촌을 강타한 경제 한파로 신성건설, 월드메르디앙, 울산디아채 등 '건설 3팀'과 제일화재가 빠졌지만 지난 해 우승한 네 팀(영남일보, 한게임, 티브로드, KIXX)에 신안태평천일염, 바투, 하이트진로가 새로 참여했다.
신안태평천일염은 '세계 최강' 이세돌의 고향인 전남 신안군이 향토 기업 태평염전과 손 잡고 창단한 바둑팀이며 바투는 작년 말부터 선보인 21세기형 두뇌 전략 게임 바투를 개발한 게임 업체 이플레이온이 모회사다. 여기에 2005년 진로를 인수한 하이트맥주가 하이트진로란 이름으로 출전한다.
각 팀 감독들의 얼굴도 많이 바뀌었다. 디펜딩챔피언 영남일보 최규병 감독과 티브로드 서봉수 감독은 유임됐으나 한게임이 '올인의 승부사' 차민수를 신임 감독으로 영입했고, '지존' 이창호를 보유하고도 계속 하위권을 맴돌았던 KIXX는 그 동안 신성건설을 맡아 좋은 성적을 거둔 '지장' 양재호로 사령탑을 전격 교체했다.
하이트진로는 주류 업체답게 '소문난 애주가' 강훈을 감독으로 선임했고 지난해 제일화재를 맡았던 이홍렬 감독과 울산디아채 김영환 감독이 각각 신생 팀인 신안태평천일염과 바투로 자리를 옮겼다.
올해 한국바둑리그에는 7개 팀당 6명씩 모두 42명의 선수가 출전한다. 선수 선발은 제일 먼저 4월 랭킹 기준으로 상위 25명에게 본선 시드를 부여한다. 다음에 랭킹 25위 밖의 선수 중에서 팀당 한 명씩 '자율 지명 선수'를 선택할 수 있다.
나머지 10명은 24~ 29일까지 열리는 예선전을 통해 선발한다. 랭킹 시드 배정자와 예선 통과자를 대상으로 한 최종 선수 선발식은 5월6일 하오 3시 한국기원에서 드래프트 방식으로 진행된다.
선수 선발이 완료되면 5월 13일 11시 63빌딩에서 개막식을 갖고 21일 (목) 오후 7시부터 정규 리그 첫 경기가 시작된다. 7개팀 더블 리그로 총 14라운드에 걸쳐 42경기 210판의 대국이 펼쳐진다. 출전 팀이 줄어드는 바람에 매 라운드마다 한 팀씩 돌아가며 휴식을 취할 수 있게 돼 무척 빡빡했던 대회 일정에 다소 숨통이 트였다.
'2009 KB리그'는 올해도 변함없이 매주 목~일 저녁 7시와 9시에 바둑TV를 통해 생방송으로 중계된다. 5판 다승제이므로 한 쪽이 먼저 3승을 거둬도 남은 대국을 모두 둔다. 팀 순위는 승률, 개인승수, 승자승의 순서로 정한다.
대국 방식은 두 종류다. 1, 2, 3, 5국은 생각시간 없이 30초 초읽기 10회이고 '장고 대국'인 4국은 제한 시간 1시간에 30초 초읽기 5회가 주어진다. 첫날 1국과 2국이 벌어지고 둘쨋날 3, 4국을 동시에 시작해서 4국이 진행되는 동안 5국이 계속된다.
정규 리그가 10월말에 끝나면 상위 4팀이 스탭래더 방식으로 포스트 시즌 경기를 벌여 준플레이오프, 플레이오프 승자가 1위팀과 챔피언 결정전 3번 승부를 벌여 최종 우승팀을 가린다.
최근 어려운 경제 상황을 반영하듯 대회 총규모가 작년 35억원에서 24억원으로 축소됐고 이에 따라 상금도 우승 2억원, 준우승 1억원으로 작년보다 조금씩 줄었다.
■ 초단 형제 안형준·성준 '가문의 영광'
입단한 지 1년도 안 된 새내기 초단 형제가 올해 한국바둑리그에 함께 출전하게 됐다. 'KB국민은행 2009 한국바둑리그' 7개 팀 감독들은 16일 한국기원에서 '1차 선수 선발식'을 갖고, 본선 시드를 받지 못한 랭킹 25위 밖의 기사 가운데서 각 팀 당 1명씩 자율 지명 선수를 뽑았다.
이 자리에서 안형준(20ㆍ초단)이 신안태평천일염, 동생 성준(18ㆍ 초단)은 하이트진로의 자율 지명 선수로 나란히 선발돼 화제다. 작년 8월부터 공식 기전에 출전하기 시작한 안형준은 올 들어 13승2패(승률 87%)로 다승 공동 1위, 승률 2위를 달리고 있으며 올 초부터 프로 무대에 데뷔한 동생 성준은 현재 4승2패로 몇 판 두지도 않았는데 벌써 바둑왕전 본선에 오르는 등 형제가 모두 기세가 대단하다.
이 밖에 현재 진행중인 비씨카드배 월드바둑챔피언십에서 당당히 8강에 진출하는 등 올 들어 맹활약을 펼치고 있는 '무서운 신예' 한웅규(19ㆍ초단)가 한게임의 부름을 받았고 바투는 지난 해 오스람배 신예 기전에서 우승한 김승재(17ㆍ2단)를 선택하는 등 역시 예상대로 나이 어린 '저단 강자'들이 많이 뽑혔다.
이에 반해 영남일보는 노장 유창혁을 택했고, 티브로드는 惻?해 팀의 맏형 역할을 훌륭히 해낸 최명훈을 다시 지명했다. 또 3월 랭킹 25위에서 4월에 26위로 밀려나 아슬아슬하게 본선 시드를 놓친 고근태는 KIXX에 둥지를 틀게 돼 간신히 기사회생했다.
한편 기존 4개 팀에 한해 작년 멤버 가운데 계속 보유하고 싶은 선수를 팀당 2명까지 선택할 수 있도록 한 '보호 선수'로는 영남일보가 김지석과 김형우, 티브로드는 조한승과 안조영, 한게임이 이영구와 홍성지를 각각 지명했다. 그러나 KIXX의 양재호 감독은 기존 멤버 중에 계속 보유하고 싶은 선수가 별로 없었는지 이창호 한 명만 보호선수로 지명, 눈길을 끌었다.
이 날 선수 지명식에서는 또 5월6일 최종 선수 선발식 때 적용할 각 팀의 드래프트 순번도 정했는데, 예상대로 신안태평천일염이 드래프트 순서 1번을 받아 그토록 원하던 '내 고장 스타' 이세돌을 1지명 선수로 선발할 수 있게 됐다.
박영철 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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