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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해부대, 해적 물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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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해부대, 해적 물리쳤다

입력
2009.04.21 0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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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말리아 해역에 파병된 청해부대가 우리 선박 보호 임무에 착수한 지 하루 만에 해적선을 물리치는 성과를 거뒀다. 신속하고 정확한 대응으로 우리 해군의 진가를 드러냈다는 평가다. 합동참모본부의 설명을 바탕으로 당시 상황을 재구성했다.

4월16일 02:00(이하 현지시각). 칠흑 같은 밤 청해부대가 아덴만의 동쪽 입구에서 한국 선박 '파인갤럭시'호와 접선했다. 서향항로를 따라 앞으로 52시간을 호위하는 첫 임무다.

4월17일 08:25. 긴급 무전이 접수됐다. "여기는 덴마크 국적 상선 '퓨마'호. 해적선에 쫓기고 있다. 긴급 구조 바람." 임무를 시작한 지 30시간여만이었다. 우리 함정(문무대왕함)에 순식간에 긴장감이 감돌았다. "전 부대원 위치로. 지금은 실제 상황이다." 대잠 링스 헬기가 시동을 거는 사이 상황실은 퓨마호와 교신을 유지하며 상황을 통제했다. "10여분이면 헬기가 도착하니 안심하라." 해적과 퓨마호의 거리는 약 7㎞. 문무대왕함과는 63㎞ 떨어진 지점이다. 신속히 출동하지 않으면 납치를 피할 수 없다.

08:30. 링스 헬기가 굉음을 내며 날아올랐다. 해군 특수전요원(UDT/SEAL) 중에서도 최정예인 저격수 2명은 저격용 라이플과 헬기에 장착된 기관총을 점검했다. "실제 교전이 벌어질 수도 있다. 최대한 침착하라. 민간인 보호가 최우선이다."

08:47. 해적선과 퓨마호가 동시에 헬기의 시야에 들어왔다. 소형 보트에 탄 해적 5명이 퓨마호 승선을 시도하고 있다. 퓨마호는 상선 치고는 작은 2,120톤급. 속도도 얼마 나지 않아 표적이 된 듯하다. 주변을 선회하며 위협비행과 함께 금방이라도 사격을 할 것처럼 자세를 잡았다.

08:50. 놀란 해적이 승선을 포기하고 도주하기 시작했다. 무전을 접수한 지 25분. 상황은 사실상 종료됐다. 20분 뒤 청해부대로부터 상황을 전달받은 연합해군사령부 소속 미 게티스버그함의 SH-60 헬기가 현장에 도착했다. 미 해군과 연합작전을 펼치며 해적선을 감시, 정찰하며 뒤를 쫓았다. 이들은 인근에 있던 해적 모선으로 황급히 도주했다.

09:18. 링스 헬기로부터 문무대왕함으로 무전이 전달됐다. "퓨마호 안전 이상 없다. 복귀하겠다."

09:48. 링스 헬기가 함정으로 복귀했다. 승조원 300여명의 환호와 격려가 줄을 이었다. 대한민국 첫 전투함 파병부대의 실전 임무는 해적과의 조우 및 성공적인 격퇴로 빛을 발했다.

퓨마호 선장은 무전을 통해 몇 번이고 "고맙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소말리아 해역에서 활동 중인 연합해군사령부 역시 "신속한 한국 해군의 해적 소탕 작전에 놀랐다. 앞으로도 활약을 기대한다"고 극찬했다.

진성훈 기자 bluej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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