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책거리] 가슴 따뜻한 청년으로 부활한 전태일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책거리] 가슴 따뜻한 청년으로 부활한 전태일

입력
2009.04.21 00:54
0 0

'한국의 청년 노동자'란 뜻의 일반명사가 된 전태일(1948~1970)이 불꽃으로 화한 지 내년이면 40년이다. 전태일기념사업회가 40주년을 앞두고 <전태일 평전> 을 새로 펴냈다. 조영래(1947~1990) 변호사가 쓴 평전에서 상당히 많은 부분을 고치고 순서도 바꿨다. 그래서 기념사업회는 '개정판'이 아니라 '2009년 신판'이라고 책을 소개했다.

새로 나온 평전 속에서 전태일은 투사가 아니라 따뜻한 가슴을 지닌 청년으로 숨을 쉰다. 시대의 변화가 반영됐다. <전태일 평전> 을 보고 민주화투쟁의 의지를 다지는 젊은이는 더 이상 없다. 대신 이 책은 청소년들에게 엄혹했던 한국 현대사를 전해주는 교양서가 됐다. 기념사업회는 이런 변화가 인간 전태일의 진면목을 보여줄 수 있는 토대가 됐다고 설명했다.

장기표(64) 기념사업회 이사장은 "그 동안 너무 '운동권 속의 전태일'로 매몰돼 온 측면이 있다"며 "전태일은 투쟁성도 뛰어났지만 인간적인 성품이 너무나 사랑스러웠던 사람"이라고 말했다.

조영래 변호사가 쓴 평전에는 '죽음'이라는 단어가 300번 넘게 나온다. 하지만 새로 나온 평전에서는 10분의 1로 줄어들었다. 책임편집자 오도엽씨가 여기 얽힌 이야기를 들려줬다. "조영래 변호사는 자신이 쓴 평전 발간 뒤 많은 대학생들이 죽음으로 권력에 항거하는 것을 괴로워했다.

그의 의도는 결코 분신으로 사회를 변혁하려고 했던 것이 아니었다. 조 변호사가 끝까지 자신이 평전의 저자임을 밝히지 않은 이유에는 그런 괴로움도 있었다." 새 평전은 원래 평전의 맨 앞부분에 있던 투쟁사를 부록으로 빼 뒷부분으로 옮겼다. 대신 풀빵을 사서 '시다'들에게 나눠주는 전태일의 모습을 도드라지게 실었다.

<전태일 평전> 이 지금까지 얼마나 팔렸는지 정확히 아는 사람은 없다. 26년 전 처음 책이 나오고 7~8년 동안은 서점에 책이 깔리는 대로 누군가 '수거'해갔기 때문이다. 공식 집계는 없지만 기념사업회 측은 약 140만부 가량이 나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그 숫자만큼의 젊은이들이 이런 전태일의 목소리를 들은 것이다. "다 같은 인간인데 어찌하여 빈(貧)한 자는 부(富)한 자의 노예가 되어야 합니까. 왜 가장 청순하고 때묻지 않은 어린 소녀들이 때묻고 부한 자의 거름이 되어야 합니까." 세상이 변했다지만 전태일의 목소리는 여전히 큰 울림을 준다.

유상호 기자 shy@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