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터키에서 개최되는 '국제 의원 축구대회' 참가 여부로 시끄럽다. 의원외교 차원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는 있지만 슈퍼 추경안 처리 시점과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17일 국회 의원축구연맹에 따르면, 터키 의회는 지난달 초 터키와 한국, 이탈리아, 이집트, 독일, 스페인, 폴란드, 카자흐스탄 등 8개국이 참여하는 국제 의원 축구대회의 초청장을 보내왔다. 대회는 23~26일에 치러지며 항공료와 숙박비 등 경비 전액은 터키 의회가 부담한다는 내용이다.
이에 따라 연맹측은 의원들로부터 참가 신청을 받았고, 한나라당 남경필 김정권 황영철 의원과 민주당 강기정 최재성 의원 등 15명 정도가 참가 의사를 밝혔다. 22일 밤 11시에 출국해 예선전을 치를 예정인데, 예선에서 탈락하면 24일 곧바로 귀국하지만 결승까지 진출하면 26일까지 체류 기간이 늘어난다.
막상 대회에 참가하려다 보니 뜻하지 않은 복병이 등장했다. 정부가 제출한 28조9,000억원 규모의 추경안. 터키의 친한(親韓) 정서, 유럽의 축구열정 등을 고려할 때 참가의 필요성은 있지만 추경안 심의 기간과 겹쳐 의원들이 국회를 비우는 데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특히 추경안의 29일 본회의 처리를 공언해온 한나라당 지도부는 대회 참가 불허 방침을 밝혔다. 야당이 반대할 경우에 대비해서다.
반면 지난 1월 터키를 방문했던 김형오 국회의장은 "의원외교 차원에서 대회에 참가하는 게 좋겠다"는 입장이다. 터키가 우리나라와의 예선전을 전국에 생중계하는 만큼 불참할 경우 외교적 결례라는 얘기도 나온다.
연맹측은 이날 논란 끝에 대회에 참가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의원 축구선수들의 표정은 그리 밝지만은 않아 보였다.
양정대 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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