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경기회복은 내년 이후에나 가능하리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지만 주식, 신기술, 부동산 등 3대 버블 후보들은 벌써부터 심상치 않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3월 초 한 때 1,000선 아래까지 떨어졌던 코스피지수는 한 달여 만에 30% 이상 뛰어 17일 현재 1,300대 중반까지 올라선 상황. 외국인 매수라는 호재가 작용했지만 급등의 원동력은 무엇보다 풍부한 현금과 저금리에 힘입은 개인 투자자들의 매수세다.
주식 매수 대기자금으로 여겨지는 고객예탁금은 지난해 말 9조3,363억원에서 15일 현재 16조472억원으로 7조원 가까이 폭증, 사상 최고치 기록을 연일 경신하고 있다. 이는 국내 증시가 본격적인 활황세를 보였던 2007년7월 이후 최대 규모다.
투자의 성격 역시 '묻지마'에 가까워 버블의 우려를 높이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13일까지 주가가 급등한 종목의 이유를 설명하는 조회공시 건수(37건)가 작년 같은 기간(11건)보다 3배 가량 급증했고 이 가운데 80%가 넘는 31건은 모두 '특별한 사유가 없다'는 답변이다. 그만큼 근거 없는 투자가 성행한다는 의미다.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일컬어지는 '녹색산업'은 한편으로 과잉투자에서 비롯된 2000년대 초 정보기술(IT) 버블 재판 우려를 낳고 있다. 녹색산업 자체는 우리 경제가 가야 할 분명한 한 방향이지만 무분별하게 진행되지 않도록 버블 가능성에 대한 체계적인 대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실제 우리 정부를 비롯한 각국은 경기 부양을 위해 경쟁적으로 투자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신용경색에도 불구하고 녹색 에너지에 대한 세계 벤처 투자는 2007년보다 40% 늘어난 140억달러로 사상 최대였다. 최근 국내 증시 급등세 속에 바이오ㆍ녹색 관련주가 더욱 가파른 오름세를 보이는 것 역시 투자자들의 관심을 말해준다.
문제는 정밀한 접근이 없이는 녹색산업도 언제든 버블이 낄 수 있다는 것. 정부가 경기부양 자금을 통해 인위적인 시장을 형성하고 각종 지원을 쏟아붓는 만큼, 실제 수요와 가격에 큰 격차가 생기거나 눈먼 돈이 횡행하며 산업 전체에 거품이 끼기 쉽다.
특히 최근 주가 과열은 상당수 업체가 아직 사업의 실체가 없는 상태에서 나타나는 것이어서 언제든 폭락의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게 증시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부동산 시장에도 돈이 돌기 시작했다. 상가 건물 등을 중심으로 저가매입 입질을 시작한 고소득층은 물론, 일반 대중의 투자심리도 살아나는 분위기다.
2월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은 부동산 투자 열풍이 불던 2006년 11월(4조2,000억원) 이후 최대치인 3조3,163억원이 늘었다. 서울의 아파트매매 가격도 작년 6월 이후 처음으로 최근 2주 연속 상승세를 보였다.
건설산업전략연구소 김선덕 소장은 보고서에서 "최근 주택가격 상승 원인은 경기침체에 따른 소득감소에 비해 저금리로 인한 대출금리 인하폭이 더 컸기 때문"이라며 "향후 대출금리가 더 떨어지면 능력보다 더 비싼 집을 사들여 버블을 키울 수 있고, 금리가 오르면 이자 부담에 집값이 폭락하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용식 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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