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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제주도의 '난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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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제주도의 '난타'

입력
2009.04.21 0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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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여러 마을 이장들이 18일 제주영상미디어센터에 모였다. 무슨 회의를 하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다문화가정의 아이들도 함께 자리했다. 제주도에 '난타'가 상륙한 지 꼭 1년 되는 날, 그 기념으로 제작사인 PMC프로덕션이 이들을 공연에 특별 초청한 것이다. 제주에서 '난타'가 성공적으로 자리잡은 것에 대한, 애초 목표로 세웠던 관객 10만명을 무난히 달성한 것에 대한 감사의 선물이었다. 그 이틀 전에는 제주도 홍보대사까지 맡게 된 송승환 PMC프로덕션 공동대표가 제주지역 중ㆍ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특별강연도 했다.

▦'난타'가 제주로 간 까닭은 '있다' 와 '없다' 때문이었다. 제주도에는 늘 외국관광객이 있고, 밤에 그들이 즐길 만한 마땅한 '문화'가 없다. 12년 동안 계속된 '난타' 서울 공연의 관객 70%가 외국관광객이라는 사실도 자신감을 주었다. 서울과 달리 제주 관광객 대부분이 독창적인 한국 공연 하나쯤은 보고 싶어하는 50, 60대 (일본)여성들이라는 점도 작용했다. 아니나 다를까, 예상대로 그들이 하나 둘 '난타'를 보러 오면서 290개 객석이 꽉 차기 시작했다. 5월에는 늘어난 일본관광객에 수행여행단까지 겹쳐 공연 횟수를 두 배(50회)로 늘리기로 했다.

▦제주 '난타'가 저절로 이렇게 된 것은 아니다. 장소가 없어 처음에는 상륙조차 어려웠다. 다행히 제주도의 적극적인 협조로 영상미디어센터에 상설공연장을 열었지만, 하필이면 그때 대만과 제주를 오가던 항공기 6편이 한꺼번에 없어졌다. 프로덕션측은 "안 되겠다. 직접 해외마케팅에 나서는 수 밖에 없다"고 판단했다. 처음 '난타'를 만들어 서울에서 공연할 때 그랬던 것처럼 일본, 중국, 대만, 홍콩, 싱가포르, 말레이시아를 돌며 여행사, 단체, 언론에 "제주도에도 '난타' 극장이 문을 열었다"는 사실을 알리고 다녔다. 6개월이 지나자 효과가 나타났다.

▦제주도 '난타'는 서울의 것과는 다르다. 같은 음식을 재료로 하면서도 제주 토속을 가미했다. 오프닝 뮤직을 제주민속음악으로 다시 만들었고, 무대 역시 돌하루방과 감귤로 꾸몄다. 이런 아이디어와 현지전략이 '난타'를 제주도 관광문화상품으로 자리잡게 했다. 송승환 대표가 요즘 주목하는 것은 제주도 설화들. 사물놀이에서 난타를 만들어냈듯, 그것을 바탕으로 한 뮤지컬을 만들어 올해 말 문을 여는 1,200석 규모의 한라문화예술회관에 올릴 것을 구상 중이다. 우리 것의 세계화, 경쟁력 있는 글로벌 문화콘텐츠란 바로 이런 것들이 아닐까.

이대현 논설위원 leed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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