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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 시절 '고문 잔혹사' 베일 벗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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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 시절 '고문 잔혹사' 베일 벗다

입력
2009.04.21 0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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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W 부시 정부에서 중앙정보국(CIA)이 테러용의자들을 심문할 때 쓰였던 구체적인 고문 수법이 16일 공개됐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법무부가 이날 고문 수법을 자세히 기록한 메모 4건을 공개한 직후 성명을 통해 "지금은 반성의 시간이지 징벌의 시간이 아니다"며 "CIA 관련 요원들에 대한 법적 처벌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의 고문행위가 "도덕적 권위를 해치고 우리를 안전하게 만들지 못하는 것"이지만 "법무부의 법적 권고에 근거해 직무를 수행했기 때문"이라는 설명을 달았다

이날 드러난 고문 수법은 언론을 통해 알려진 것 이상으로 가혹했다. 공포를 느끼도록 벌레가 가득한 상자 안에 용의자를 가두는가 하면 견디기 힘든 극한의 온도에 노출시키는 방법도 쓰였다. 얼굴 위에 젖은 천을 덮고 그 위에 반복적으로 물을 붓는 '워터보딩(waterboarding)'은 용의자가 가장 큰 공포와 고통을 느끼는 고문으로 적시됐다.

용의자의 뺨이나 복부를 때린 뒤 벽에 용의자를 집어던지는 '벽쌓기(walling)', 용의자의 머리를 수조에 처박은 뒤 수도꼭지를 주기적으로 틀거나 끄면서 진술을 강요하는 물고문, 알몸 상태로 기저귀를 채운 채 밤을 세우게 하는 수면박탈 등 다양한 고문이 동원됐다. 최장 180시간 동안 잠을 자지 못한 용의자도 있었다고 AP 통신 등은 전했다.

한 메모는 "CIA 요원들이 '보다 효과적인 결과'를 얻도록 여러 심문방법을 조합해 사용할 수 있다는 법무부 최고 관리들의 법적 의견이 있었다"고 적었다. 메모는 또 "CIA의 방법은 국제법에 비추어볼 때 잔혹하거나 비인간적이지 않았고 모멸감을 느끼게 하지 않았다"고 언급했다. CIA의 고문을 법적으로 인가한 당시 법무부 관리는 법률자문관이었던 제이 바이비, 스티븐 브래드버리, 그리고 한국계인 존 유 법률자문실 부차관보 등이었다.

메모가 공개되기까지는 CIA의 반발이 적지 않았다. 리언 파네타 국장은 "고문 수법 공개는 미래의 정보원이나 정보수집 기법을 노출시키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며 메모 내용을 '편집'해 줄 것을 백악관에 강력히 요청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CIA 요원들은 부시 정부 때의 '은밀한 공작'에 대한 의회의 전면적 조사를 촉발할 지 모른다는 우려 때문에 메모 공개를 반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메모 내용을 접한 의원들은 충격적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패트릭 레이 상원 법사위 위원장은 "경악할만한 내용"이라며 "진실 규명을 위해 위원회 소집을 요구하겠다"고 말했다. 칼 레빈 상원 군사위 위원장은 "미국 이미지를 회복하고 인권을 지키기 위해서 고문을 분명히 직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날 메모 공개는 법원이 '미국시민자유연맹(ACLU)'에 의해 제기된 소송에 근거, 부시 정부 시절 사용했던 신문 방법을 정당화한 문서를 공개하라고 결정해 이뤄졌다.

워싱턴=황유석 특파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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