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세계 15번째로 '남극 특별보호구역(ASPA)' 관리국이 됐다.
환경부는 지난 17일 미국 볼티모어에서 열린 제32차 남극조약 협의당사국 회의에서 지난해 여름 한국이 제출한 남극 '펭귄마을' 특별보호구역 지정 신청서가 최종 승인됐다고 19일 밝혔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는 남극 킹조지섬의 세종기지 남동쪽 2㎞ 부근의 펭귄마을에 대한 환경보호와 과학적 연구를 주도하고 관리하게 된다.
면적 1㎢의 해안가 자갈 언덕인 이 지역은 턱끈펭귄, 젠투펭귄 등 14종의 조류와 88종의 식물이 서식하는 등 남극에서는 보기 드물게 생물 다양성이 풍부하고 독특한 해안가 지형을 갖춰 생태적, 미적 가치가 높은 곳이다.
남극조약은 환경적, 과학적으로 자연상태 보전이 필요한 지역을 특정 국가가 주도적으로 관리하는 특별보호구역으로 지정토록 하고 있는데, 이번 승인으로 한국은 조약 가입 47개국 중 영국, 미국 등에 이어 15번째로 특별보호구역 관리국이 됐다.
환경부 나정균 지구환경담당관은 "이제부터 외국 연구진이 펭귄마을에 출입하려면 사전에 자국 정부에 허가신청을 해야 하며, 각국 정부는 한국이 정한 기준에 따라 심사한 뒤 출입을 허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나 담당관은 "15번째 관리국이 된 것은 우리나라가 남극 연구에 기여하고 있다는 국제적 평가를 받은 것을 뜻한다"며 "현재는 영유권 주장이 금지되고 있지만, 장기적으로 남극 개발 등의 이슈가 불거질 경우 한국의 발언권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관리국 지정'이 갖는 상징적 의미 때문에 일부 국가가 끝까지 반대해 막판 담판까지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환경부 관계자는 "국명을 밝힐 수는 없지만 킹조지섬에 기지를 둔 국가 가운데 하나가 강력하게 반대, 외교채널까지 가동해 겨우 설득했다"고 말했다. 그 국가는 역시 펭귄마을의 보호구역 신청을 추진하다가 우리나라에 선수를 뺏긴 뒤 반대하게 된 것으로 파악됐다.
조철환 기자 chch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