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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신주쿠 코리아타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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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신주쿠 코리아타운

입력
2009.04.21 0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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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도쿄(東京)의 신주쿠(新宿)는 한국인 관광객이 도쿄를 관광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코스 중 하나다. 도쿄 도심 전체는 물론이고 운이 좋으면 후지(富士)산까지 공짜로 볼 수 있는 도청 전망대가 있는 데다 도쿄 최대 유흥가 가부키초(歌舞伎町)와, 요도바시카메라 등 전자제품 양판점 및 유명 백화점이 밀집해 있기 때문이다.

오쿠보 일대의 명물은 진달래

신주쿠는 원래 한국인학교가 있어 도쿄 주재원이 많이 거주했던 지역이다. 그래서 서울올림픽 이후 해외여행 제한이 풀리면서 일본행을 택한 젊은이들이 상대적으로 정착하기 쉬운 곳이었다. 신주쿠의 신오쿠보역과 인근 오쿠보역을 중심으로 하나 둘 생겨난 한국 슈퍼마켓과 식당은 2001년 신오쿠보역에서 술에 취한 일본인을 구하려다 전차에 치여 숨진 수연씨 사건과, 2002년 한일 월드컵에 이은 한류 붐이 큰 자극제가 돼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지금은 이 일대가 간판만 없지 사실상 도쿄 최대 코리아타운이나 마찬가지다.

행정구역으로 신주쿠구 햐쿠닌초(百人町)에 해당하는 이 지역과 한국의 인연이 몇 백 년을 거슬러 올라간다는 것을 최근 한 일본인 지인에게서 들었다. 햐쿠닌초라는 이름은 에도(江戶)시대에 그 부근에 100인의 바쿠후(幕府) 정예 소총부대가 있었던 데서 연유한 것이라고 그는 들려 주었다. 당시 도쿠가와(德川) 바쿠후의 호위병으로 발탁된 미에(三重) 이가(伊賀)의 닌자들이 이 일대에 거주했다고 한다.

이가의 닌자들이 진달래를 심어서 이 지역은 에도부터 20세기 초까지 진달래 명소이기도 했다. 이를 기념해 신주쿠구는 1972년 진달래를 구화(區花)로 정했으며, 지금도 해마다 4월 말 '오쿠보 진달래 축제'가 열리고 있다.

이가의 닌자들이 왜 진달래를 심었을까. 문헌에 따르면 일본에 진달래가 퍼지기 시작한 것은 9세기로 들어서는 헤이안(平安)시대라고 한다. 지인은 이 진달래가 한반도 이주민을 통해 들어온 것으로 믿고 있었다. 이가의 닌자들은 한반도 이주민의 후손인데 고향을 그리며 타향 도쿄에 진달래를 심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가에서 닌자의 지도자를 배출해온 핫토리(服部)가는 신라계 이주민인 하타(秦)씨의 가계로 알려져 있다. 이가 지역에는 한반도계 이주민이 많았고, 이가야키라는 이 지역의 전통 도자기나 술 제조술 등도 함께 전래된 것이라고 한다.

1990년대 중반 부활해 '닌자 축제'로 유명해진 이가시 아에쿠니(敢國)신사의 '구론도(黑黨)'라는 제사는 핫토리가의 집안 제사이다. 이 제사에서 모시는 3대 신 중 스쿠나비코나노미코토(少彦名命)는 이주민 하타씨가 모시던 신이며 가나야마히메노미코토(金山媛命)는 야금술과 관련이 깊은 신이다. 철이나 야금술이 가야를 중심으로 일본에 전해진 것은 잘 알려져 있다. 미에 출신의 닌자들이 이미 수백 년 전에 오쿠보역 인근에 코리아타운을 만들고 있었다는 이야기다.

신주쿠를 한국문화 발신지로

신오쿠보, 오쿠보역 일대에서 300여 점포를 운영하는 한국인들이 22일 '신주쿠 한인발전위원회'라는 친목단체를 출범시킨다. 지방자치단체나 현지 일본인들과 협력해가며 한국인 거리를 만들어가는 활동의 출발이다. 당초는 코리아타운 간판을 걸고픈 마음이었다지만 주민들에게서 "주변 청소부터 제대로 하라"는 쓴소리부터 들었다고 한다. 이가의 닌자들이 진달래를 명물로 남긴 것처럼 오쿠보 한인 거리가 일본인의 가슴에 좋은 한국의 이미지를 심는 발신지가 되길 기대해 본다.

김범수 도쿄특파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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