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이 조사한 한국인의 문화지형도에 의하면 클래식을 취미로 가진 인구는 고작 1.3%라고 한다. 무용은 이보다도 적은 0.7%였다. 돈을 들여 공연장을 찾을 정도의 적극적인 계층을 의미하는 것이지만 너무 적다.
이렇게 저변이 얕으니 '베토벤 바이러스'의 약발도 벌써 떨어져가는 느낌이다. 값비싼 콘서트는 차치하고라도 애호가라면 관심을 가져야 할 예술의전당 교향악축제조차 예년보다 덜 붐비는 것 같다.
국내 악단의 수준은 분명히 진보하는 중이고 레퍼토리도 다양해졌지만 불황의 그림자에서 비껴나지 못한 것이다. 역시 드라마나 김연아 효과만으로 클래식 인구가 늘어나기를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필자가 꿈꾸는 것은 와인의 성공 사례가 클래식에 적용되는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언제부터 와인을 즐겨 마셨는가? 소주나 생맥주를 즐기고 독한 폭탄주를 비싼 술이라고 좋아하던 문화가 불과 몇 년 만에 바뀌고 있지 않은가? 와인이 좋은 술이기도 하지만 상징성이 탁월한 덕분이라고 본다.
값이 있으니 어느 정도 경제력이 뒷받침되어야 하고, 산지와 포도 종류에 따른 맛의 차이를 음미하자면 공부도 필요한 것이 와인이다. 결국 와인을 좋아하면 돈도 있고 지적 능력도 있는 상류층이란 이미지와 연결된다.
이것은 클래식도 마찬가지다. 서양문화의 산물인 클래식 음악이 한국인 누구에게나 좋을 리는 없다. 그러나 좋은 와인과 마찬가지로 오래 전부터 유럽 상류층이 즐긴 고급문화라는 인식이 퍼져나간다면 너도나도 조금씩은 클래식을 이해하고자 하는 분위기가 확산될 것이다.
제대로 즐기려면 돈이 제법 들고 상당한 공부가 필요한 점 또한 와인과 닮은 점이다. 이렇게 클래식 애호가층이 3%, 5%만 늘어나도 일본 정도의 수준은 될 것이다.
이 불황에 음악에 쓸 돈이 어디 있냐고? 그렇다면 클래식을 종일 방송하는 라디오나 유선방송을 최대한 많이 들으면 된다. 서당개 삼 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하는데 정말 맞는 말이다. 이렇게 듣다 보면 점점 귀가 열리고 자신에게 잘 맞는 작곡가나 연주가, 장르가 무엇인지도 깨닫게 된다.
그런 음반을 조금씩 모으고 어쩌다 가끔이라도 연주회에 가기 시작하라. 대중적인 와인을 마시면서 언젠가 비싼 와인을 마실 날을 기다리듯이 클래식 음악도 그렇게 준비한다면 인생을 우아하게 사는 데 좋은 동반자가 될 것이다.
음악공동체 무지크바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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