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서울 성동구 행당동 식당가. 점심을 먹기 위해 한식당에 들어온 직장인들이 음식주문 후 계산대 옆에 가지런히 놓인 반찬통 앞에 줄을 섰다. 이날 반찬은 콩나물 무침, 무생채, 계란말이, 깻잎, 김치. 평소 계란말이를 좋아하는 김미경(42)씨는 개인접시에 계란말이를 듬뿍 담았다.
김씨는 "예전에 식당에서 밥을 먹으면 반찬이 재사용 된 것인지 아닌지 무의식적으로 의심하게 돼 마음이 불편했다"면서 "지금은 그런 걱정 안 하고 편히 식사를 할 수 있어 이 식당을 자주 찾는다"고 말했다.
서울 성동구가 관내 음식점들을 상대로 남은 음식 재사용 안 하기 운동인 '딱! 먹을 만큼' 활동을 벌여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손님은 남은 반찬 재사용에 대한 의구심을 해소하고, 업소는 버려지는 반찬으로 인한 경제적인 손실을 줄여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두고 있다.
방식은 뷔페처럼 반찬이 모인 곳에 직접 손님이 개인접시를 들고 가 취향에 따라 반찬을 고르거나, 주문한 음식과 함께 반찬이 담긴 반찬통이 나오면 집게를 이용해 각자 먹을 만큼 개인접시에 담는 두 가지 형태다.
16일 현재 관내 일반음식점 1,650곳 가운데 389곳(신규허가 포함)이 신청, 두 달 만에 관내 음식점 20%가량의 참여를 얻어냈다. 향후 관내 모든 일반음식점이 이 운동에 참여토록 하는 게 성동구의 목표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주문식단제와 같이 강제성을 띄지 않았는데도 이 운동이 시민들의 관심을 이끌어낸 데는 구가 ▦식품진흥기금 우선 융자 ▦운동에 필요한 반찬통 등 집기류 무상제공 ▦위생단속 완화 등의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행당동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김길환(62)씨는 "처음에는 야박하다며 손님들이 줄어들까 걱정 했는데 막상 해보니 음식물쓰레기가 전에 비해 70%나 줄었다"며 "더구나 손님들에게 남은 음식물 재사용하지 않는다는 신뢰까지 심어줘 단골이 갈수록 늘고 있다"고 만족해 했다.
박희수 성동구 부구청장은 "지난해 9월부터 두 달간 식약청이 전국의 9만여개 일반음식점을 조사한 결과 약 4,000개 업소가 남은 반찬을 재사용하고 있었다"며 "성동구에서만큼은 이런 음식점이 한 곳도 나오지 않을 때까지 이 운동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는 참여 업소들에 대한 소비자 신뢰를 위해 손님처럼 업소를 방문해 이행여부를 점검하는 '미스터리 쇼퍼(모니터 요원)' 성격의 자율홍보단도 운영하고 있다.
이태무 기자 abcdef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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