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은 17일 자신의 후원자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에 대해 “강 회장은 ‘모진 놈’ 옆에 있다가 벼락을 맞은 것”이라며 옹호했다.
노 전 대통령은 이날 저녁 자신의 홈페이지 ‘사람 사는 세상’에 올린 ‘강금원이라는 사람’이라는 글에서 “미안한 마음 이루 말할 수 없다”면서 이 같이 말했다. 강 회장은 회사 자금을 횡령ㆍ탈세한 혐의로 구속됐고 최근 ‘노무현 게이트’와 관련해 검찰의 집중 조사를 받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을 ‘면목 없는 사람’, ‘모진 놈’이라 지칭하며 동정심을 유발하는 듯한 표현을 많이 썼다.
“나의 수족 노릇을 하던 사람들이 나로 인해 줄줄이 감옥에 들어갔다 나와 백수가 됐는데 아무 대책도 세워 줄 수가 없었다”, “퇴임 후 바로 내 주변 사람들에 대한 각종 조사와 수사가 시작되고 박 회장(박연차)에 대한 세무조사도 시작되니 아무 일도 시작할 수가 없었다” 등. 이에 대해 노 전 대통령이 다음 주 검찰 소환을 앞두고 여론에 감정적으로 호소하려 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노 전 대통령은 강 회장의 ‘무고함’을 수 차례 강조했다. 그는 “강 회장은 회사 일을 모두 법대로 하라고 지시했고 모든 일을 회계사, 변호사 자문을 받아 처리하고 세무조사까지 받았는데 덜컥 구속됐다”며 “털어도 먼지 안 나게 사업한다는 게 말처럼 쉽지 않은 모양이다”고 했다. “강 회장은 나에게 단 한 건의 이권도 청탁한 일이 없고, 그럴 만한 사업엔 손을 대지 않았다고 한다”고도 했다.
노 전대통령은 “(강 회장에게) 고맙다는 인사도 변변히 한 일도 없는데 다시 조사를 받고 있으니 참 미안하다”면서 “아는 사람들은 그의 건강을 걱정하는데, 제발 때에 늦지 않게 치료를 받고 건강하게 다시 볼 수 있기를 바란다”고 글을 마무리했다.
강 회장은 ‘노무현 게이트’의 본류와 크게 상관 없는 인물이다. 노 전 대통령이 갑자기 강 회장을 ‘고맙고 미안한 충신’으로 부각시킨 것과 관련해 검찰 관계자는 “검찰 수사에서 자신에게 불리한 진술을 한 박연차 회장과 강 회장을 대비시키려 한 것 같다”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을 겨냥한 검찰 수사가 시작된 이후 노 전 대통령이 홈페이지에 글을 올린 것은 이번이 네번째다.
최문선 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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