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개성공단에서 열릴 남북 당국자 접촉에 비상한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북측이 16일 중대사안을 통지하겠다며 제안해옴에 따라 이뤄지는 이번 접촉의 결과가 개성공단의 운명을 포함한 향후 남북관계에 중대 고비가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북측이 당국자 접촉을 제안하면서 구체적인 사항을 언급하지 않아 속단하기 어렵지만 몇 가지 방향을 짐작해 볼 수는 있다. 우선 20일도 넘게 억류돼 조사를 받고 있는 현대아산 직원 유모 씨에 관한 일일 수 있다. 북측이 그 동안의 조사결과를 통보하고 추방이나 경고 형식으로 우리측에 유 씨를 인도한다면 꽉 막힌 남북관계에 숨통을 드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체제 비난과 탈북 책동 등 중대한 위반을 했다며 북측 법규대로 처리하겠다고 나선다면 사태가 매우 복잡해진다.
우리 정부에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전면 참여냐, 개성공단 폐쇄를 포함한 남북관계 전면 차단이냐의 양자택일을 요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북측은 18일 인민군 총참모부 대변인과의 문답 형식을 통해 PSI 참여에 대해 "우리에 대한 노골적인 대결포고, 선전포고"라고 위협했다. "서울이 군사분계선으로부터 불과 50㎞ 안팎에 있다는 것을 순간도 잊지 말아야 한다"며 1994년 조평통 간부의 '서울 불바다 발언'을 연상시키는 험악한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당국자 접촉을 제안해 놓고 남측 정부를 압박하려는 의도가 분명해 보인다.
정부는 다양한 상황을 염두에 두고 치밀한 대응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PSI 전면 참여 문제에 대해 분명한 입장 정리를 해야 한다. 정부는 어제로 예정됐던 전면참여 발표를 또 연기했다. 남북 당국자 접촉에 응하기로 한 이상 불가피한 결정이었다고 본다. 하지만 북한이 로켓 발사를 강행하면 즉각 PSI 전면 참여를 선언할 것처럼 했다가 상황에 따라 거듭 연기하는 것은 모양새가 보기 좋지 않다. 첫 단추를 잘못 끼운 탓으로, 대외 신뢰를 떨어뜨리고 PSI 전면 참여의 의미를 손상시켰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하지만 더 이상의 남북관계 악화를 막고 북측의 6자회담 불참선언 등으로 고조된 한반도 긴장을 관리하는 일이 더 중요하다. 우리는 PSI의 대의는 인정하지만 남북관계의 특수성과 한반도의 지정학적 고려에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점을 거듭 지적해왔다. 북한의 위협과 압박에 밀리는 것은 분명 바람직하지 않지만, 중ㆍ장기적으로 남북관계와 한반도의 안정을 위해서 정부가 신중하고 지혜로운 결정을 내리기를 바란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