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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터愛] 신한카드 사내모델 고영숙·송수현·윤현진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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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터愛] 신한카드 사내모델 고영숙·송수현·윤현진씨

입력
2009.04.21 0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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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델은 앙망하는 직업 중 하나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 감탄하는 뭇시선, 잘만하면 부와 명예까지 거머쥘 수 있다. 오죽하면 모델이 되는 험난한 과정을 담은 TV프로그램까지 등장할까. 물론 슈퍼 패션 레이싱 CF 등 앞에 걸치는 수식어에 따라 차이는 있겠다.

몇 년 전부터는 '사내(社內)모델'도 등장했다. 비용절감, 접근 및 관리 용이, 화제거리 제공, 애사심 고취 등의 효과가 어우러진 결과일터. 특히 하루 걸러 신상품을 쏟아내는 은행 증권 카드 등 금융회사의 활용도가 높다. 상품설명 판을 들고 환하게 웃는 그들(왜 그리 포즈가 한결 같을까?)을 우리는 신문지상에서 쉽게 만날 수 있다.

이들은 아리따운 외모 덕분에 상품광고를 넘어 가끔 뉴스의 주인공으로 발탁(?)된다. "자고 나니 유명해졌다"는 영국 낭만파 시인 바이런의 수사(修辭)를 덧씌운 일반인 '스타 만들기'가 주내용. 미(美)를 사모하는 대중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센스도 빠지지 않는다.

과연 이들은 "(신문에) 실리고 나니 유명해졌을까." 포장이 아닌 실상을 듣기위해 신한카드의 사내모델 고영숙(기업영업) 송수현(할부영업) 윤현진(고객서비스) 사원을 만났다. 이들은 신한카드 여사원(700명) 중 1%만 누리는 사내모델이자 모델경력도 5년(횟수 30회 이상)이 넘는 베테랑이다.

자고 나니…, 역시 아마추어

세상 사람들이 다 알아볼 것 같았다. 얼마나 설??平? "해맑은 웃음을 위해 입 운동도 하고"(송수현) "집에서 연습도 하고"(윤현진) "남몰래 미리 사진으로 찍어보기도 했건만"(고영숙) 세상은 무심했다. 심지어 "퇴근 후 지하철 옆자리 아저씨가 보는 신문에 제 사진이 있는데도 못 알아보던데요. 혹 눈치챌까 긴장한 자신이 웃겼어요"(윤)라고 할 정도.

물론 부모나 친구 직장동료는 예외다. 안 그래도 서운한데 늘 같이 생활하는 이들마저 몰라주면 얼마나 아쉽겠는가. 그나마 한동안 연락이 끊겼던 친구나 지인이 사진을 보고 문자메시지나 전화, 1촌 신청 등을 통해 반갑게 아는 체를 해주는 게 예상치 못한 덤. 날만 잘 만나면(지면이 허락하면) 모든 신문에 제 사진을 실을 수 있는 기회치곤 허탈한 소득이다. "자고 나도 일상이다"가 이들의 결론.

게다가 아마추어인 이들에게 모델 일이 녹록할 리도 없다. 광고문구 가득한 판때기 한 장 덜렁 들고 웃으면 된다 여기면 오산. 주로 카메라감독을 맡는 홍보담당 직원도 아마추어인데다, 의상과 액세서리 화장 헤어스타일을 챙겨줄 코디네이터도 없다. 촬영일정은 잘해야 전날, 심지어는 당일 잡히기도 한다니 준비기간도 거의 없는 셈이다. 그런데도 요구사항은 어찌나 많은지.

예컨대 이렇다. "크루즈 여행 분위기를 연출할 거니까 하늘하늘한 셔츠를 입고, 관련 소품도 준비하라는 거에요. 직장인들은 정장 외엔 사복이 거의 없잖아요. 그래서 제 돈 내고 촬영을 위해 일부러 옷을 산 적도 있어요."(고) "인파가 넘실대는 대로변이나 극장 촬영 때는 사람들 시선 때문에 어찌나 민망하던지."(송) "평소 화장을 잘 안 하는데 촬영을 위해선 화장을 꼭 해야 하는 것도 부담"(윤)이다. 엄동설한에 야외촬영이라도 걸리면 입이 꽁꽁 얼어 웃음도 잘 안 나온단다.

이류모델의 비애? 1%의 자부!

섭섭한 것도 있다. "설에 한복을 입고 멋지게 촬영하고"(고), "화려한 웨딩드레스 차림으로 한번만이라도 찍고"(윤) 싶으나 모두 전문모델(기업 이미지나 브랜드 광고) 차지다. 사내모델의 몫은 그저 일회성 상품광고에 그치는 정도. 신문에 나가면 다행이지만 안 나가도 누구를 타박할 처지가 아니다. 송씨는 "어차피 이류모델이라는 건 알지만 가끔 연락이 뜸하거나 최선을 다해 촬영했는데 지면에 안 나가면 속상하다"라고 했다.

은근 기대했던 유명세도 없고, 업무시간 쪼개 하는 고역이 그냥 묻힐 때도 많은데 모델료는 많이 받는 것일까. 가끔 10만원짜리 기프트카드를 받는 게 전부란다. 현금으로 따지면 전문모델의 3분의 1수준에도 못 미친다. 의상과 소품 장만하는 걸 감안하면 남는 것도 별로 없다. 초창기엔 그마저도 없는 '무료 봉사'였다.

하긴 돈이 전부랴. "원래 업무 외에 나름의 끼를 발휘해 회사에 일조를 할 수 있는 게 보람되고"(고), "상품이나 이벤트 정보에 도가 터서 주위에 널리 알릴 수 있는 계기가 되고"(송), "신문에 딸 사진이 나가는 걸 신기해 하고 자랑스러워 하시는 부모님께 효도하는 것 같아 좋다"(윤)고 했다.

직장인이 꿈꾸는 작은 일탈도 남모를 기쁨이다. 업무가 많다 보니 최대 반나절 가까이 걸리는 촬영스케줄을 소화하기가 부담이 되는 건 사실이지만 팍팍한 사무실을 탈출하는 것만으로도 숨통이 트인다. 그래서 더 열심이다. 다른 회사 사내모델의 포즈를 분석하는가 玖? 특별히 강조하는 상품은 새로운 표정이나 자세를 연출하려고 애쓴다. 행여 신문에 나가지않으면 '무엇이 문제였나'(보통 지면사정때문이지만) 곰곰 반성하기도 한다.

사내모델=외모+α

제 할일 바빠서 이들이 모델로 나서는 건 한 달에 한두 번 정도. 700명이나 되는 여사원 중에서 회사가 굳이 이들만을 고집하는 이유도 궁금했다. 이들 역시 "나도 잘할 수 있는데, 나도 찍고싶은데"라는 주변의 시샘을 받고 있다고 했다. 그렇다고 "빼어난 외모는 아니다"고 손사래를 치는 당사자들에게 대놓고 이유를 물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들을 '사내 캐스팅' 한 매니저(?)가 답을 줬다. 김성원 신한카드 브랜드전략팀 차장은 "사내에서 미모로 입 소문이 나면 일단 홍보담당 직원이 찾아가서 주변 평판이나 실제 외모 등을 며칠간 관찰한 뒤 오디션을 치른다"며 "아무래도 상품광고 모델이다 보니 화려함보다는 신뢰를 주는 얼굴을 선호하게 된다"고 귀띔했다. 실제가 아무리 예뻐도 사진 속 표정이 다르면 제외된다.

사내모델은 어디까지나 가욋일, 본연의 업무도 최선을 다한다. 윤씨는 계약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됐을 만큼 업무능력을 인정 받았고, 고씨와 송씨는 카드회사 직원이라면 한번쯤 있고싶은 주요 보직에서 일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이들은 사내모델보다는 본래업무에서 느끼는 보람이 더 크다고 강조한다.

바쁜 시간 쪼개 상품광고 판을 들고 환하게 웃는 이유는 또 있다. "카드회사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여전한데, 고객들의 신뢰를 얻기 위해 다들 노력하고 있답니다." 모델은 아마추어일지언정 업무만큼은 프로다.

▦사내모델의 조건

-"누가 예쁘더라"라는 소문 사내 확산

-홍보담당 직원 출동/며칠간 평판 및 성실도, 외모 확인

-사내 캐스팅 결정/미모보다는 신뢰, 화려함보다는 편안함

-오디션을 겸한 촬영/사진발 안 받으면 탈락, 지면 게재이후 피드백 접수

-사내모델 풀 구성/한 달에 한두 번 정도 발탁

-각종 상품광고 위한 내부 및 야외촬영 소화/본업이 바쁘면 사절하기도

-모델을 위한 노력/다양한 포즈 연구, 의상 및 소품 헤어스타일 준비, 사전 연습 등

-모델료는 10만원짜리 기프트카드/회사마다 다름

-꿈: 전문모델처럼 드레스나 한복을 입고 촬영하고 싶다

-한마디: "사진보다 실물이 낫답니다."

고찬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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