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측과 정상문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의 '말 맞추기'가 12일 만에 깨지면서 검찰 수사가 힘을 얻고 있다.
정 전 비서관은 지난 7일 아침 검찰에 체포된 뒤 "박연차 회장에게서 받은 3억원은 내가 챙겼지만, 100만 달러는 노 전 대통령 몫으로 전해줬다"고 진술했다.
노 전 대통령측은 애초 정 전 비서관이 100만 달러까지 모두 "내가 받았다"고 떠안고 가주기를 바랐던 것으로 알려졌다. 노 전 대통령측의 전략이 즉시 수정됐다. 공무원이 아니었기 때문에 돈을 받아도 죄가 되지 않는 권양숙 여사가 3억원과 100만 달러를 모두 받은 것으로 하기로 했다. 이 같은 사실을 변호사를 통해 정 전 비서관에게 전달했고, 정 전 비서관은 "모두 권 여사에게 전달했다"고 진술을 바꿨다. 결국 법원은 정 전 비서관이 전달자 역할만 한 것으로 판단해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검찰은 노 전 대통령측이 정 전 비서관이 개인적으로 챙긴 돈까지 끌어안아 주기로 하면서, 정 전 비서관의 협조를 얻은 것으로 보고 있다. 정 전 비서관은 100만 달러의 진실을 가장 잘 알고 있는 핵심 인물이기 때문에 노 전 대통령측에서는 그의 협조가 절실했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그러나 이 같은 말 맞추기는 검찰의 광범위한 증거수집 과정에서 결국 깨지고 말았다. 정 전 비서관은 "3억원을 현금으로 받아 청와대 운전기사를 통해 권 여사에게 전달했다"고 진술했지만, 당시 청와대 운전기사는 검찰조사에서 "그런 사실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이에 추가 조사에 나선 검찰은 정 전 비서관이 박 회장에게서 받은 3억원을 포함한 거액의 돈을 차명계좌로 보관해온 사실을 밝혀냈다. 정 전 비서관도 결국 "3억원은 권 여사에게 전달한 게 아니라 내가 받은 것이 맞다"고 실토할 수밖에 없었다.
이제 핵심은 100만 달러 부분에 대해서도 정 전 비서관의 진술이 바뀔 것인가 하는 점이다. 검찰은 정 전 비서관을 구속해 신병을 확보하면 "100만 달러는 노 전 대통령은 전혀 몰랐던 일"이라던 그의 진술에도 변화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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