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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경제회복 이후에 대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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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경제회복 이후에 대비하자

입력
2009.04.21 0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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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아프고 나면 약아진다는 말이 있다. 우리 경제도 지금의 투병을 마감하고 나면 경제 주체의 사고방식이 변화해 있을 것이다. 경기회복 시점이 논쟁거리가 되고 있는데 경제가 회복된 이후 우리가 어떻게 달라져 있을지를 고민하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다.

소위 IMF 경제위기 이후, 대기업의 투자행태가 매우 조심스러워진 것을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 지금은 경제가 회복된 이후 경제주체의 행태가 어떻게 변화할지를 전망하고 이에 대한 준비를 해야 할 때이다.

부동산 선호현상 더 심해질 것

첫째, 개인은 부동산을 더 선호하게 될 것이다. 불행히도 한국에서는 부동산이 금융자산에 비해 안정적인 자산이라는 점이 이번에도 확인됐다. 작년 한 해 아파트 가격이 가장 많이 떨어진 서울 강남, 서초, 송파, 강동구의 하락 폭은 평균 11%인 반면 주식시장에서는 반 토막난 펀드나 주식을 쉽게 볼 수 있다. 가계 자산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80%를 넘고 있는데, 이는 향후 더욱 심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개인이 빚을 내어 부동산 투자하는 행태는 다소 누그러질 수도 있으나 저금리로 인해 그러한 긍정적 효과는 상쇄될 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부동산 시장의 활성화를 위한 규제 완화에는 조금 신중할 필요가 있다. 최근 수도권규제 완화, 투기과열지구 해제, 재건축용적률 상향, 그린벨트 해제 등이 발표 내지 검토되고 있다. 경기진작을 꾀하고 미국형 부동산금융 위기를 예방한다는 정부의 고육지책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나 향후 부동산 수요가 더욱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부동산 규제 중에는 한 번 완화하면 되돌리기 어려운 것도 있으며 시장과열 신호를 보고 다시 규제를 강화하면 이미 늦는 경우가 많다. 우리는 지금 과거의 각종 규제 덕에 부동산 금융의 거품이 그나마 이 정도라고 안도하고 있지 않은가.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규제완화는 적극 추진해야 하지만 부동산 경기진작을 위한 규제완화에는 신중해야 한다.

둘째, 기업은 환율 대비책이 쉽지 않다는 점을 또 다시 뼈저리게 느꼈다. 이에 따라 국제금융 전문가에 대한 수요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기업들은 미국 등 특정 국가에 대한 지나친 의존이 얼마나 위험한지 깨달았다. EU, 동남아, 남미시장에 대한 진출 노력이 강화될 것이며 무엇보다 내수시장에서의 경쟁이 격화되어 갈 것이다. 불공정 행위가 발생할 위험도 커질 것이다.

이러한 변화에 맞춰 정부는 국제금융 전문가 양성에 대한 지원을 확대할 필요가 있으며 늘 강조되는 말이지만 외국의 금융전문가가 한국에서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기업의 시장 다변화를 위한 노력을 지원하고 불공정행위에 대한 정부의 역할도 강화해야 한다.

그런데 우리 모두가 이번 위기를 통해 무엇보다 배워야 할 점은 우리가 쉽게 배우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2003년의 카드대란에서 배우지 못하고 2008년 말 기준으로 총 688조원, 가구 당 4,127만원의 가계 부채를 안고 말았다. 또 IMF 경제위기 때의 구조조정에서 배우지 못하고 기업이 경쟁력을 상실하면 결국 노동자가 가장 큰 피해를 입는다는 사실을 재확인하고 있다.

5~7년 주기의 위기 끊어야

정부 역시 1980년부터 1985, 1992, 1998, 2003, 2009년에 이르기까지 5~7년 주기로 경제성장률이 곤두박질치는 일을 반복적으로 당하고 있다. 놀라울 정도로 정확한 경기침체 사이클이다. 외생변수, 경기부양 수준을 감안하면 거의 침체 연도를 예측할 수 있을 정도이다.

지금의 경제정책이 5~7년 후에 닥쳐올 경제침체의 씨앗일 수 있으므로 다음 정부에 폭탄을 돌리지 말고 장기적인 시야를 가져야 한다. 대한민국은 경제위기로 인해 고용, 소득, 자산가치를 잃었다. 그러나 학습을 통해 미래에 대비하는 기회까지 잃지는 말자.

박진 KDI대학원 교수ㆍ미래전략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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