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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시를 만나다] <18> 초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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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시를 만나다] <18> 초제

입력
2009.04.21 0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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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제(醮祭) - 김영승

안드로메다 대성운

너머서

직접 온 것들,

여치나

내 사랑하는 사람이나 어머니나

여치는

몇 억 광년 전부터

꽃잎으로 흩날린다

거미도 거미줄도

긴꼬리제비나비도

몇 억 광년 전부터

● 이제 지상에 없는 사랑하였던 이를 하늘에 제사 지낸다. 죽음은 몸을 분자나 원자 수준으로 되돌린다. ‘안드로메다 대성운 너머서 직접 온 것들’과 같은 입자로 그의 몸은 돌아갔다. 그 언젠가는 누군가의 연인이었고 또 한때는 누군가의 어머니를 이루었던 입자들은 어느 먼 별에서 날아온 입자들이었을까. 그리고 몇 억 광년을 흩날려 또 다른 별에 가 닿는 반짝이는 먼지들과 보이지 않는 입자들은 어떤 몸에 깃들어 사랑을 나누게 될까. 우리는 어디에서 왔으며 어디로 가는가. 밤하늘 가득히 우리들은 섞여 있다. 여치도, 거미도, 긴꼬리제비나비도, 죽음을 넘어, 삶을 넘어, 우주에 아득히 퍼진다.

김행숙(시인ㆍ강남대 국문과 교수)

ㆍ1958년 생. 1986년 ‘세계의 문학’으로 등단. 시집 <반성> <심판처럼 두려운 사랑> <화창> 등. 현대시작품상(2002) 등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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