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일 노원구에 거주하는 시각장애인 한정석(57)씨는 인근 병원에 가기 위해 집을 나섰다. 집에서 나온 그가 가장 먼저 한 일은 '보이스 내비시스템' 장치를 휴대폰에 연결하는 것. 장치를 연결하자, 휴대폰에서는 '경로 안내를 시작합니다'라는 음성이 나오고, 안내에 따라 한 씨는 약 20분 만에 병원에 도착했다. 그가 도착할 때까지 휴대폰에서는 '전방 10m 앞 오른쪽 방향입니다', '5m 앞에 교량이 있습니다' 등 실시간 길 안내 정보가 쉴 새 없이 흘러 나왔다.
한 씨는 "안내견을 구입할 경우 약 7,000만원이 드는데 이 기기를 실용화하면 많은 시각장애인들이 적은 비용으로 길 안내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음성 내비게이션이 국내 최초로 개발됐다.
서울 노원구는 시각장애인 음성 길 안내 시스템인 '보이스 내비시스템'을 개발했다고 16일 밝혔다.
이 시스템은 단말기(스마트폰)에 목적지를 입력하면 음성으로 경로를 안내하는 방식으로 작동된다.
위성으로 사용자 위치를 추적하고 위치정보 오차를 줄이는 '보정위성항법시스템(DGPS)'과 문자음성자동변환장치인 'TTS 엔진', 음성녹음 기능인 '보이스 리코더' 기능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하나의 장치를 이룬다.
단 일반적인 자동차 내비게이션과 같은 경로탐색 기능이 없어, 사용자가 자주 가는 장소 등의 목적지는 맨 처음 일일이 그 경로를 입력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사용자의 보호자 또는 제3자가 사전에 각종 장애물이나 방향 등 보행에 필요한 정보를 입력, 저장해야 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노원구는 "시각장애인에 대한 길 안내는 1m의 오차만 있어도 잘못하면 생명의 위협을 받을 수 있는 위험성이 있는 만큼 정교해야 하는 현실적 어려움이 있다"며 "위성은 사용자의 현재 위치를 파악하고, 위치에서 벗어날 경우 보정해주는 기능만 하게 된다"고 말했다.
한편 노원구는 이 시스템을 특허 출원하고 상계동 마들근린공원을 시범지역으로 지정해 시스템의 실용화 방안을 모색하기로 했다.
이노근 노원구청장은 "기기를 상품화하면 단가를 100만원 미만으로 맞출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면서 "앞으로 민간기업과 국가가 나서면 초정밀ㆍ초소형 장비 개발이 가능하고, 국제표준화를 통해 관련 산업의 발전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태무 기자 abcdef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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