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말리아 해적들의 도발이 심상치 않다. 미국 정부도 '길거리 불량배' 수준으로 보던 안이한 인식에서 벗어나 해적들의 목젖을 죄기 위한 전방위 대응에 나섰다.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은 15일 "우리는 17세기형 범죄와 맞닥뜨리고 있지만, 해결책은 21세기형이 돼야 한다"며 "범죄자들은 반드시 법의 심판대에 세우겠다"고 밝혔다.
클린턴 장관의 결연한 의지 표명은 해적이 이날 미국적 화물선 '리버티 선'호를 공격한 직후 나왔다.
AP 통신 등에 따르면 아프리카 구호물품을 싣고 소말리아 해역을 지나던 화물선은 로켓포와 자동화기로 무장한 해적들의 집중포화를 받았으나 간신히 이들의 추적을 피한 뒤 미 해군의 호위를 받으며 목적지로 향하고 있다. 피격과정에서 배의 일부가 파손됐으나 다행이 선원들의 피해는 없었다.
사태가 심각해진 것은 해적의 공격이 몸값을 노리는 단순 강도 행위에서 미국적 선박만을 노리는 '정치적 테러'로 변질됐다는 점이다. 이는 12일 해적들에게 납치된 미국 상선 '머스크앨라배마'호의 리처드 필립스 선장을 구출하는 과정에서 해적 3명이 미 해군특수요원들에 의해 사살되자 보복차원에서 자행된 것으로 보인다. '이스마일'이라고 이름을 밝힌 해적은 AP 통신에 "우리는 미국인만 납치할 것이다. 그
들을 붙잡으면 잔인하게 살해할 것"이라고 말했다. '압디 가라드'라는 해적 우두머리는 "리버티선호 공격 목적은 이전과 완전히 다르다. 몸값을 바란 공격이 아니었다""며 "동료들의 참혹한 죽음을 갚기 위해 미국기를 단 선박들을 추적, 파괴할 수 있는 특별장비를 갖춘 팀을 가동시켰다"고 AFP 통신에 전했다.
미 정부의 대응도 진지해졌다. 클린턴 장관은 해적들의 노획 자산을 추적ㆍ동결하겠다고 밝혔다. 또 다음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리는 소말리아 관련 국제회의에 특사를 파견, 해적 근거지 단속을 위한 국제적 공조를 확대할 예정이다.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도 공해상에서 해적을 소탕하기 위한 "군 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리버티선호가 공격받은 날 프랑스 특수부대는 해적들에게 잡혀있던 자국인들에 대한 구출작전을 벌여 4명을 구출했다. 이 과정에서 자국민 한명과 해적 2명이 숨졌다.
해적들은 미국의 강력한 경고에도 불구하고 12일 이후 소말리아 해역에서 배 4척을 납치하고 75명이 넘는 인질을 억류했다.
워싱턴=황유석 특파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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