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헌법연구자문위원회가 최근 마련한 두 가지 권력구조 개편 잠정안은 모두 권력 분점과 의회 권능 강화를 지향하고 있다. 자문위는 1987년 개정된 현행 헌법이 5년 단임의 대통령에게 지나치게 많은 권력을 부여함으로써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낳고 있다고 보고 분권에 초점을 맞춰 대안을 마련했다.
자문위는 당초 미국식의 4년 중임 순수 대통령제, 내각제, 이원집정부제, 이원집정부제 틀에다 내각제를 가미한 권력분점형 정부형태 등 네 가지를 놓고 검토에 들어갔다. 지난해 9월부터 7개월 가량의 토론을 거쳐 4년 중임 대통령제와 권력분점형 정부형태 등 두 가지 대안을 마련했다. 순수 대통령제는 미국식 모델이지만 분권형 정부제는 어느 국가에도 없는 가상 모델로 자문위원인 서울대 성낙인 교수(법학)는 '한국형 분권 정부제'라고 명명했다.
일부 자문위원들은 내각제를 선호했으나 "대통령제에서 내각제로 갑자기 바꾸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내각제는 정략적 방안으로 비칠 수 있다"는 반대론이 적지 않아 일단 자문위 잠정안에서는 제외됐다. 하지만 상당수 여야 의원들이 내각제 도입을 바라고 있어 국회 개헌특위가 구성돼 정치권 차원의 논의가 시작되면 내각제가 살아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4년 중임 대통령제는 우리나라의 현행 헌법에 가미돼 있는 내각제 요소를 배제해 3권분립을 분명히 하는 순수 대통령제다. 반면 분권형 정부제는 이원집정부제와 내각제를 절충한 정부형태라고 할 수 있다. 두 가지 대안의 차이점은 대통령과 총리 관계, 행정부와 의회 관계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4년 중임 대통령제에서는 국민 직선으로 선출되는 대통령이 국가원수 역할을 하면서 행정부 수반의 지위도 겸한다. 총리는 대통령이 국회 동의를 받아 임명하며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보좌하는 역할을 맡는다. 반면 분권형 정부제에서는 직선 대통령이 국가 비상대권 및 외교ㆍ안보권을 갖고, 국회에서 선출되는 총리는 내치권을 갖게 된다.
또 의원의 장관 겸직과 국회의 내각 불신임권, 정부의 법안 제출권 등은 4년 중임 대통령제에서는 금지되지만 분권형 정부제에서는 허용된다. 대통령의 법률안 거부권도 4년 중임 대통령제에서는 없어지지만 분권형 정부제에서는 인정되며 대통령에 국회 해산권도 부여된다.
공통점도 있다. 두 대안 모두 국회의원 비례대표제 폐지, 상원과 하원을 함께 두는 양원제 도입을 제안하고 있으며 상시국감, 예결위 상설화 등의 의회 기능 강화도 포함하고 있다.
자문위는 국회의장 직속 기구이므로 김형오 국회의장의 헌법관을 많이 반영하고 있다. 김 의장은 최근 "1987년 체제는 민주주의 역사에서 중대한 의미를 갖고 있지만 22년이 지난 상황에서 보면 정보화와 지방화, 세계화 등 시대적 담론을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면서 "의회와 행정부 간 책임과 권한이 더 분명해지는 권력구조로 변경돼야 한다"고 말했다.
자문위는 위원장인 김종인 전 의원을 비롯 이홍구 전 총리, 김철수 전 서울대 명예교수(이상 고문) 성낙인 서울대, 정종섭 서울대, 함성득 고려대, 장영수 고려대, 장훈 중앙대, 이창기 대전대 교수 등 16명이 참여하고 있다.
김광덕 기자 kd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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