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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딩 잡아라" 큰손들 큐!… 가격 급등 기대 40억~100억대 건물 사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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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딩 잡아라" 큰손들 큐!… 가격 급등 기대 40억~100억대 건물 사재기

입력
2009.04.17 0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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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시장에선 상장사 인수등직접투자 바람

#무역업을 하며 200여억원의 여유 자금을 손에 쥔 김모(56) 사장은 요즘 서울 강남 테헤란로 상가 빌딩을 찾는 일이 하루 일과다. 경기침체 속도가 완만해지면서 지금이 싼 값에 빌딩을 사서 묻어둘 시기라고 판단한 것이다. 김씨는 "향후 경기가 회복되면 임대수익도 올라가고, 빌딩 가격도 올라 갈 것으로 본다"며 "하지만 건물주가 내놓은 물건이 많지 않아 답답하다"고 말했다.

#부동산 임대업자 조모(63)씨는 지난해 파생상품에 500억원 가량 투자를 했다가 50%이상 손실을 보고 지난해 말 정기예금으로 전환했다. 조씨는 최근 주식시장이 활기를 되찾자 지난해 입었던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자산의 30%는 주식에, 30%는 부동산에 각각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현금 자산만 100억원 이상을 가진 '슈퍼부자'들의 '자산 쇼핑'이 시작됐다.

경기 하강 속도가 주춤하고 부동산시장과 주식 시장이 꿈틀거리면서, 그 동안 잔뜩 움츠려온 큰 손들이 본격적인 투자처 물색에 나선 것이다. 올 초까지만 해도 자산의 60% 이상을 예금에 넣어놓고 유동성 확보에만 치중하던 거액 자산가들이 이제는 부동산과 회사채는 물론 주식에까지 손을 대고 있다.

최고의 투자처는

100억원 이상의 현금성 자산을 가진 고객들이 몰린 강남지역 은행 PB(프라이빗 뱅크)들은 큰 손들의 0순위 투자처로 한결같이 '빌딩'을 꼽는다. 특히 강남 테헤란로 일대의 빌딩과 구로 디지털단지의 상가 빌딩이 집중 타깃이 되고 있다는 것. 경기 회복기에 회사들이 몰린 이 지역에서 빌딩가격이 급상승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홍승범 하나은행 삼성역 PB 센터장은 "40억~100억대 사이의 중소형 빌딩에 대한 매입건이 끊이질 않고 있다"며 "이미 강남지역의 경우 매물을 구할 수 없어 매수자들이 조급해 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남에서 매물을 놓친 일부 자산가들의 경우는 강북쪽으로 이동해 빌딩 매물을 찾고 있는 실정이다.

반면 한 때 최고의 투자처로 꼽히던 강남구와 서초구, 잠실구의 아파트들은 이미 큰 손들의 관심에서 벗어나 있다. 이미 강남지역 블루칩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는데다, 향후 시세 차익도 예전만 못하다는 판단에서다. 우리은행 박승안 강남센터 PB팀장은 "일부 강남지역 재건축 아파트 가격이 급등하고 있지만 큰 손들은 별 관심이 없다"며 "다만 2세를 위해 강남 지역 아파트 한 채 정도를 사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주식투자전략은

큰 손들이 가장 위험한 자산으로 분류하는 주식시장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올해 주식시장이 예상 밖의 랠리를 이어가자 은행채나 우량 회사채에만 쏠린 관심이 주식으로 급속 이동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과거 펀드를 통한 간접 투자 방식에서 벗어나 직접 투자에 나서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김진기 국민은행 대치센터 PB팀장은 "이번 랠리가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한 자산가들이 펀드를 통한 간접투자 방식보다 직접 투자를 통해 빠른 시일 내에 손실을 만회하겠다는 의미다"고 해석했다.

특히 일부 자산가들은 이 기회에 아예 코스닥 상장사를 인수할 계획까지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창영 교보증권 강남PB센터장은 "거액의 자산을 보유한 고액 자산가들 중에서 코스닥에 상장한 제조업체를 인수하기 위해 현금으로만 100억원 대를 가지고 있는 등 직접 투자하는 고액 자산가들이 늘고 있다"고 시장상황을 설명했다.

하지만 큰 손들의 자산 쇼핑이 본격화하기까지는 아직도 시간이 필요하다는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홍 센터장은 "큰손들의 투자심리가 겨울에서 벗어나 봄 초입에 들어선 것은 분명하다"면서도 "아직 펀드와 부동산에서 손실을 회복하지 못한 자산가들이 상당수 있어 부동산이나 주식 매수 여력에 크지 않다"고 말했다.

손재언기자 chinason@hk.co.kr

강지원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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