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 측이 2007년 6월 박연차(64ㆍ구속)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받은 100만 달러는 아들 건호(36)씨의 미국 유학자금으로 빌려 쓴 돈을 갚기 위해 받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노 전 대통령이 사과문에서 언급한 '미처 갚지 못한 빚'에 대한 설득력 있는 추론을 담고 있어 검찰수사에서 진위가 확인될지 주목된다.
참여정부 후반기에 청와대 핵심 비서관을 지낸 A씨는 16일 "노 전 대통령의 퇴임을 앞두고 퇴임 이후를 걱정했던 권 여사가 무리했던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건호씨가 미국 유학을 떠나려 할 당시 노 전 대통령 주변에서는 반대가 많았지만, 권양숙 여사는 건호씨의 편을 들었다"며 "아마도 유학 자금을 빌린 것도 권 여사일 것"이라고 말했다.
권 여사가 검찰 조사에서 100만 달러의 사용처를 밝히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채권자를 보호하기 위한 목적이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2006년 9월 건호씨는 다니던 LG전자를 휴직하고 미국으로 건너가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MBA) 과정을 밟았다.
이 같은 주장은 "노 전 대통령이 직접 100만 달러를 요청했다"는 박 회장의 진술 및 검찰의 판단과 배치되는 것이다. 검찰은 이르면 다음주쯤 노 전 대통령을 불러 100만 달러를 누가 요청했는지, 사용처는 무엇인지 등을 조사할 방침이다.
대검 중수부(부장 이인규)는 이날 건호씨를 세 번째로 불러 박 회장이 2008년 2월 말 노 전 대통령의 조카사위 연철호(36)씨에게 건넨 500만 달러의 운영에 어느 정도 관여했는지를 조사했다.
검찰은 건호씨가 자신이 대주주인 '엘리쉬&파트너스'로 300만 달러를 투자받은 뒤 수십만 달러를 외삼촌(노 전 대통령의 처남) 권기문씨가 대표인 국내 회사에 우회 투자한 사실을 확인, 권씨를 조만간 다시 부를 계획이다. 홍만표 대검 수사기획관은 "자금 추적을 통해 500만 달러에 대해 건호씨가 어느 정도의 지배력을 갖고 있었는지 확인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날 강금원(57ㆍ구속) 창신섬유 회장과 정상문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을 불러 2007년 8월 박 회장과의 '3자 회동'에서 어떤 논의가 있었는지와 ㈜봉화에 투자한 70억원의 성격 등을 캐물었다.
김정우기자 wookim@hk.co.kr
권지윤기자 legend8169@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