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도가 고향인 한 선배가 종로나 용산이 고향이라는 이들을 보면 좀 이상하다던 기억이 난다. 왠지 '종로파' '용산파'처럼 들린다는 것이다. 얼마 전 아홉 명의 작가가 서울을 소재로 한 소설을 발표했다. 그들을 만난 건 서울이라 몰랐는데 그 중 여섯의 고향은 서울이 아니었다. 그러면서도 어쩌면 그렇게 서울에 대해 잘 쓰고 있었는지. 그러고도 모자라 아예 서울에 대해 소설을 쓰자고 한 것도 그들이었다.
서울 밖에서 본 서울의 맨얼굴은 어떤 모습일까. 그들이 서울을 바라보는 시선이 흥미로웠다. 요란스러운 간판과 매연, 소음에 아직 적응하지 못하는 이도 있고 서울을 어디로 갈지 모르는 거대한 유람선 같다고 한 이도 있었다. 서울. 굳이 이름을 붙이자면 나는 '변두리파' 정도 될 듯하다. 서울 변두리에서 태어난 내게는 변두리 정서라는 게 있다. 소심하고 주눅이 잘 든다. 초등학교에서 집과 반대 방향으로 조금 걸어가면 경기도의 경계선이 나타났다.
물론 보이지는 않았다. 서울시와 경기도의 경계선 쯤에 양다리를 하나씩 걸치는 놀이를 했다. 중학생이 되어서야 정독도서관, 덕수궁, 경복궁을 다녔다. 서울 중심을 거쳐 반대편에 있는 고등학교에 다니면서 선다래와 태극당을 알아갔다. 얼마 전 양다리를 걸치며 놀던 곳을 찾아갔다. 오래 전 이미 그곳도 서울시로 편입되었다.
소설가 하성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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