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 수사를 계기로 정치권에 권력구조 개편론이 부상하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의 검은 돈 수수의혹이 일단 개인의 도덕적 문제이지만, 대통령에 과도한 권력이 부여되는 권력구조의 폐해라는 측면도 있어 차제에 이를 개선하기 위한 대안을 마련해보자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는 것이다.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는 13일 라디오 방송에서 "모든 사항이 대통령으로 통하니까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라며 "대통령의 권한 집중에 따른 문제를 향후 개헌을 할 때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17대 국회에서 분권형 대통령제에 대한 논의가 있었고 18대 국회의원의 90%가 개헌에 찬성하고 있다"며 개헌논의 공론화 필요성을 제기하고 "현행 대통령제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에 대해 국민적 공감대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안상수 의원은 16일 "제왕적 대통령제라는 권력구조 때문에 전직 대통령의 비리가 반복되고 있다"며 "권력은 부패하기 마련이기 때문에 권력을 나눠서 상호견제하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안 의원은 "개헌을 더 이상 미루지 말고 이번 기회에 국회에서 본격적으로 공론화해야 한다"며 "내각제가 이상적이지만 당장 시행할 수 있는 분권형 대통령제가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민주당에서도 노 전 대통령의 추문을 계기로 개헌논의를 본격화하자는 견해를 내놓는 의원들이 많았다.
이낙연 의원은 "가뜩이나 개헌 논의가 나올 판국에 노 전 대통령 사건으로 권력구조 개편 논의를 미룰 수 없게 됐다"며 "부패도, 증오도, 갈등도 집중되는 대통령제는 우리 정치의 큰 불행"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일부에서 주장하는 대통령 중임제는 대통령제의 폐단을 장기화할 뿐"이라며 "내각제를 한번 해봄 직하다"고 제안했다.
같은 당 김동철 의원은 "대통령제는 태생적인 한계를 갖고 있다"며 "전직 대통령을 감옥으로 보내고, 대통령이 국회에 개입해 갈등을 빚고, 대통령의 친인척과 가신이 부패하는 것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직 대통령의 부패사건과 권력구조 문제는 별개라는 시각도 있었다. 한나라당 김용태 의원은 "개헌은 대통령제가 과연 효율적이냐 아니냐에 대한 논의가 핵심이지 개인의 비리와는 아무 상관이 없다"고 말했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