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용인에 위치한 가구업체 리바트의 환경기술연구소. 지난해 6월 문을 연 업계 유일의 연구소 입구에는 '자연과 하나되는 세상'이라는 글귀가 크게 적혀있다.
안으로 들어서자 즐비한 실험기구, 그 사이에서 연구원들의 손 놀림이 눈에 띈다. 이들은 진행하는 실험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것.
먼저 물에 녹아있는 보드에서 나오는 유해환경물질인 포름알데히드(HCHO)를 측정하는 작업이 한창이다. 보드는 가구를 만드는 데 쓰는 재료. 포름알데히드 양이 리터 당 1.5㎎(E1급)을 넘으면 곧바로 반품 처리한다는 게 이 연구소 구태용 부장의 설명이다. 그는 "국내 가구의 70%가 E1보다 더 많은 포름알데히드를 내보내는 E2급을 쓰고 있다"면서 "우리는 좀 더 까다롭게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리바트는 가구의 무게를 조금이라도 가볍게 하기 위해, 업계에선 유일하게 모든 가정용 가구를 플러쉬 공법으로 만들고 있다. 이는 일반적으로 보드를 통으로 쓰는 것과 달리, 얇은 보드를 밑에 깔고 중간에 긴 목심재를 넣은 다음 그 위에 다시 보드를 얹는 방식인데 속이 텅 비어있는 것처럼 보인다. 구 부장은 "보통 자재보다 가격은 10% 이상 비싸지만 무게는 절반 이상 줄일 수 있다"라며 "운반비, 나중에 버리는 부피도 반으로 줄고 가장 중요한 것은 그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그 만큼 줄어든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무조건 가볍다고 모든 게 해결되는 건 아니다. 실험실에서는 플러쉬 공법으로 만든 제품의 휨 강도, 밀도, 내구성 등 20개 항목의 시험을 거친다.
리바트는 2004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친환경가구'개념을 도입했다. 이후 이산화탄소 배출량과 5년째 싸움을 벌이고 있는데, 올해는 배출량을 5% 줄이는 게 목표다.
리바트는 제품의 경량화 못지않게 재활용도 강조하고 있다. 사실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나무를 베어 제품을 만드는 가구업체가 이산화탄소 배출감축에 애쓴다는 것 자체가 이율배반일 수도 있지만, 그건 업종 특성상 어쩔 수 없는 일. 어차피 나무는 쓸 수 밖에 없지만, 결국은 얼마나 덜 쓰느냐가 관건이다.
연구소 밖엔 가구를 만들다 남은 자재들이 수북하게 쌓여 있다. 회사관계자는 "원자재의 3%를 재활용하고 있는데 이는 1년에 원목 3만 그루 수입을 줄이는 효과"라고 설명했다. 또 종이 패드, 포장 박스 등 해마다 58만개가 넘는 부품을 재활용하고 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오래된 폐가구를 무료로 회수해서 다시 가구 만드는 데 쓰기도 하고, 버리는 가구를 줄이고자 예전 장롱에 새로 문을 달아주는 서비스도 벌이고 있다. 아울러 가구 만드는 규격도 다양화해, 자투리 자재까지 최대한 활용하고 있다.
리바트는 2006년부터 매년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크게 줄인 제품을 새로 내놓고 있는데 지난해 선보인 레이나(REINA)는 지난 15일 환경부 친환경상품진흥원이 추진하는 '탄소성적표시제'의 공식인증을 받았다. 2006년 제품과 비교할 때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23.5%나 줄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구태용 부장은 "최근 유럽 기업들이 해외에서 물품을 살 때 이산화탄소 배출 정보를 요구하는 사례가 크게 늘고 있다"면서 "이산화탄소 배출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이기 때문에 단순히 비용이 얼마 드는 측면에서 바라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리바트의 4대 전략
1. 제품은 무조건 가볍게= 플러쉬 공법 통해 제품무게를 58% 수준으로 낮춤
2. 버리는 양을 최대한 적게= 원자재의 3%, 부품 58만 개 재활용, 폐가구 무료 수거 서비스, 제품 규격 다양화
3. 따지고 또 따져라= 환경기술연구소에서 20개 항목 이상의 시험. 매년 환경영향평가 실시.
4. 협력업체도 함께 친 환경= 지식경제부 그린파트너십 시범기업으로 25개 협력업체에 친환경 경영 관련 기술 전수
용인=박상준 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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