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PSI(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 전면참여 발표를 미룬 것을 놓고 자못 논란이 거세다. 일방적인 찬반 주장을 펴던 보수와 진보 언론이 나란히 '오락가락 정부'를 비난하는 모습이 기묘하다. 보수쪽에서 '당당한 선언'을 재촉하는 것은 그러려니 할 수 있다. 그러나 진보쪽에서 "망신을 자초했다"고 떠드는 것은 더 어색하다. 양쪽 다 PSI의 본질과 전면 참여의 득실, 정부의 고민 등을 냉정히 헤아리기보다 맹목적 자기논리에 빠진 꼴이다.
언론을 먼저 나무라는 것은 '국격'과 '국위' 따위를 떠든 때문이다. 본디 PSI는 그렇게 고상한 가치를 위한 게 아니다. 대량살상무기(WMD) 확산방지를 위한 국제적 이니셔티브(PSI) 개념은 언뜻 인류 공동의 이익을 지향하는 듯하다. 그러나 본질은 전략무기와 부품 거래를 통제하고 해상교통로 장악력을 높여 전략적 이익을 도모하기 위한 느슨한 협력체제이다. '미국이 주도한 유엔 바깥의 잠정체제'라는 규정이 적실하다.
부시 미 행정부가 본격 추진한 PSI는 이 때문에 국제해양법 질서와의 충돌, 검문ㆍ검색의 형평성과 실효성을 둘러싸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중국을 비롯해 전략적 경쟁국을 우회 견제하는 '연성 봉쇄'의 일환이라는 평가도 있다. 여기에 미국과 나토를 중심으로 90여 개국이 참여한 것은 각기 냉정한 이해타산을 좇은 것일 뿐, PSI의 정당성을 높이지는 않는다.
노무현 정부가 끝내 기피한 PSI 전면 참여를 '햇볕과의 완전한 결별'인 양 여기는 것은 단순한 시각이다. 물론 지난 정부는 한미동맹보다 남북관계를 앞세웠다. 그러나 지금 정부라고 해서 어디로 튈지 모르는 북한을 자극해 개성공단과 억류 민간인 문제 등이 한층 꼬이는 것을 무작정 무릅쓸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해상충돌 우려도 공연한 게 아니다.
더 나아가 한반도 문제에 미국 못지않은 영향력을 지닌 중국이 누구보다 PSI에 민감한 사실을 잘 헤아려야 한다. 이렇듯 미묘한 사안에 정부가 고심을 거듭하는 것은 경위야 어쨌든 비난하기보다 도리어 권장할 일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