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이달 말부터 허용키로 한 2005~2009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 원자료 열람에 국회의원 4명이 신청했다. 해당 의원들은 수능 성적 자료를 토대로 지역ㆍ학교간 구체적인 학력격차 실태와 학력차 고착화 요인 등 다양한 분석을 시도할 것으로 알려져 결과에 따라 파장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16일 교과부에 따르면 조전혁ㆍ권영진ㆍ박영아(이상 한나라당) 의원과 민주노동당 권영길 의원이 수능 성적 자료 열람을 신청했고, 교과부는 최근 이를 승인했다. 이들 의원은 교과부가 예고한 대로 이달 말부터 서울 삼청동 교육과정평가원 내 '보안실'을 직접 방문해 학교 및 지역별 표준점수 평균, 백분위, 등급 등 수능 성적 관련 자료들을 열람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실제 열람은 다음달부터 가능할 것이라는 게 평가원 측 설명이다. 다른 업무로 출장중인 보안실 통계처리 담당직원 3명이 30일 복귀하기 때문이다.
평가원 관계자는 "이들 직원들이 있어야 수능 성적 원자료 열람에 도움을 받을 수 있어 실질 열람은 5월부터라고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평가원은 당초 내주에 열람을 희망했던 조 의원 측에게도 이런 입장을 전달하고 협조를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10㎡ 규모의 보안실은 자료 열람 승인을 받은 의원과 비서관 등 보좌진, 국회 직원들에 한해 출입할 수 있다. 보안실 내에는 수능 원자료가 담긴 컴퓨터 2대가 설치돼 있어 이 컴퓨터를 이용해 원자료를 열람하게 된다. 원자료 저장 및 복제는 금지되며 컴퓨터에 설치된 통계 프로그램을 이용해 분석, 가공한 뒤 이를 출력해 가져갈 수는 있다.
열람을 앞둔 의원들은 별도의 통계 전문가를 채용할 정도로 '의욕'을 보이고 있다. 조 의원은 대용량 데이터 처리 전문 보좌관 1명을 채용했으며, 다른 의원들도 외부 통계 전문가 영입을 서두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계에서는 수능 성적 자료 분석 및 가공이 기정 사실화 한 만큼 파장을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교과부와 평가원은 "우려되는 수능 원자료 유출은 해당 의원들이 협조를 약속했기 때문에 지켜질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원자료 유출은 없더라도 의원들이 열람한 자료를 분석 가공해 지역ㆍ학교간 학력격차를 한 눈에 보여줄 수 있는 일종의 '서열화 데이터'를 내놓을 개연성은 얼마든지 있다. 서울 자치구 간 등급별 비율 분포, 평준화ㆍ비평준화 지역의 표준점수 비교, 외국어고 등 특수목적고와 일반고 간의 등급별 비율 등이 공개될 수 있다는 얘기다.
채창균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연구위원은 "지역별 수능 성적은 학교교육만이 아니라 학생 개인의 능력 및 노력 정도, 가정의 사회경제적 배경 등 여러 요인들에 의해 결정된다는 점을 유의해야 할 것"이라며 섣부른 수능 성적 자료 분석이 가져올 오류를 경고했다.
김진각 기자 kimj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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