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의 후원자인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이 2003년 말 불법 대선자금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지 5년여 만에 또 다시 대검 중수부에 소환됐다. 대전지검 특수부에서 구속된 강 회장이 16일 대검으로 이송돼 조사를 받게 된 이유는 노 전 대통령 퇴임 후 지원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진 '3자 회동' 때문이다.
강 회장은 2007년 8월 노 전 대통령의 또 다른 후원자인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 노 전 대통령의 '집사'로 불린 정상문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과 서울의 한 호텔에서 만났다. 박 회장은 이 자리에서 "해외 계좌에 있는 50억원을 내겠다"고 했고, 이에 대해 강 회장은 "문제가 있는 돈은 안 된다"고 만류했다고 강 회장 자신이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박 회장은 2008년2월 홍콩 현지법인 APC 계좌에서 노 전 대통령 조카사위인 연철호씨의 계좌로 500만 달러를 불법 송금했다. 당시 환율로 50억원에 해당돼 이 돈이 바로 3자 회동에서 박 회장이 제안했던 지원금 아니냐는 의혹을 받아왔다.
공교롭게도 강 회장 역시 봉하마을 개발을 위해 설립된 ㈜봉화에 50억원을 투자했다. 추후 20억원을 더 투입해 모두 70억원이 되긴 했지만, 초기 투자금은 박 회장이 연씨에게 송금했던 것과 같은 액수다. 이 때문에 강 회장의 주장과 달리, 당시 3자 회동에서 노 전 대통령 퇴임 지원용으로 두 후원자가 각각 50억원씩 내기로 합의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검찰이 3자 회동 참석자들을 이날 동시에 소환해 대질신문을 진행했다는 사실은 검찰도 이 같은 관측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는 또, 박 회장이나 정 전 비서관이 강 회장과는 다소 다른 취지의 진술을 했을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정황이기도 하다. 3자 회동의 진실은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사법처리 여부를 좌우할 수 있는 중요한 변수다. 만일 이들이 노 전 대통령을 위해 50억원씩 내기로 합의했고 이 사실을 노 전 대통령이 퇴임 전에 보고 받았다면 뇌물 혐의가 적용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박진석 기자 jse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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