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금진
우주 물고기 최금진
침몰한 유령선처럼 뼈만 남은 혼령들이
우주를 떠다니며
돌조각을 주워 먹고 있을 것이다
소화기관이 없어서
배도 고프지 않고, 배도 부르지 않은 천국
운명의 궤도를 통과하며 울리던 굉음도 잊고
홀로그램처럼 서로를 지나다닐 것이다
안부 인사 따위는 물을 필요도 없고, 대답하지 않아도 되는
의식이랄 것도, 감정이랄 것도 없는 물고기 떼처럼
귀신들이
몰려다니고 있을 것이다
어두워지는 거리에 자동차를 몰고 나가면
길 잃고 떠다니는 비행선 같은 사람들
마주친 눈을 피해
제 안으로 시선을 거두고 혼자 캄캄해지듯
사람들이 펑펑, 기억 밖으로 관짝을 쏘아 보낸다
꼬리를 흔들며 헤엄쳐 가는 별의 어린 씨앗들처럼
관짝들이 환하게 하늘을 날아오르는 광경
이따금 혼백들이 창문까지 내려와
잠든 자들의 흐린 꿈속을 헤엄쳐 다니듯
캄캄한 우주
눈도 없고, 귀도 없이 어둠을 지팡이 짚고 다니는 물고기들이
아무것도 못 알아보고
서로를 삼켰다 뱉었다 할 것이다
그러나 몸이 없으니까
무게가 없으니까
아프진 않을 것이다, 더는 아프지 않을 것이다
● 몸이 없고, 무게가 없고, 고통이 없고, 그리고 기억이 없는 우주 물고기는 죽음에 대한 당신의 상상력이 도달한 이미지인가요, 꿈의 형상인가요. 당신의 상상력을, 망각에 대한 당신의 오래된 소망을 이루어드립니다. 몸도 기억도 없는 1그램의 유골 캡슐을 검은 우주로 보내드립니다. 자세한 사항은 스페이스 서비스사 홈페이지(http://www.memorialspaceflights.com) 참조.
김행숙(시인ㆍ강남대 국문과 교수)
■ 최금진 1970년 생. 2001년 '창작과비평'으로 등단. 시집 <새들의 역사> . 오장환문학상(2008) 수상. 새들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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