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산 쇠고기의 전면 수입 재개의 길을 튼 한ㆍ미쇠고기협상이 타결된 지 18일로 1주년이 된다. 한ㆍ미쇠고기협상의 파장은 예상외로 컸다. 한ㆍ미쇠고기협상이 MB정부 출범 초기 '촛불 정국'의 도화선이 되면서, 미국산 쇠고기의 운명도 많은 굴곡을 겪었다.
미국산 쇠고기, 1위 탈환은 시기상조
미국산 쇠고기는 2003년말 금수조치 이전엔 국내 쇠고기 소비 시장에서 1위 타이틀을 보유했지만, 아직 예전만한 명성을 되찾지 못하고 있다. 실제 LA식 갈비 등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이 시작된 건 지난해 7월말부터. 30개월령 이상에 다시 빗장을 거는 추가협상을 거친 뒤에야 미국산 쇠고기는 한국 땅을 밟을 수 있었다.
올들어 이달 10일까지 수입된 미국산 쇠고기는 1만8,473톤(검역 합격 기준). 전체 수입 쇠고기(5만6,423톤) 중 33%를 차지한다. 호주산(2만7,509톤)에 이어 두번째로 많다. 이마트가 미국산 쇠고기 판매 재개 이후 15일까지 5달간 쇠고기 매출 실적을 봐도, 호주산(315억원)과 미국산(219억원)이 6대4의 비율로 팔리고 있다.
미국 축산업계는 우리에게 인기가 높았던 갈비 부위를 앞세워 한국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수입 재개 전 금수품목이었던 갈비 부위가 지금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의 75%를 차지하고 있다. 미국육류수출협회 등에 따르면, 한국은 올들어 멕시코 캐나다에 이어 미 쇠고기 수출에 있어 3위 시장으로 부상했다.
지난해 11월 대형마트에서, 이달 4일부턴 신세계 현대 등 백화점에서도 판매에 들어가는 등 미국산 쇠고기의 판로 확대를 막던 걸림돌이 모두 치워졌고 이젠 소비자 신뢰를 더 쌓는 일만 남았다. 이마트 관계자는 "젊은 고객들이 많이 꺼리는 등 여전히 미국산 쇠고기에 대해 소비자 불신이 남아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당분간은 과거와 같이 한국 시장을 장악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축산농가, 예상보다 타격 적어
국내 양돈농가, 한우농가들은 호주산보다도 저렴한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 재개에 타격이 우려됐지만, 적어도 지금까진 잘 버텨주고 있다. 걱정했던 한우, 돼지고기의 가격 폭락 사태는 일어나지 않았다. 한우 1등급 도매 가격은 지난해 7월 ㎏당 1만3,063원까지 빠졌다가 올1월 1만5,112원으로 오르는 등 미국산 재개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이마트에 따르면, 미국산 쇠고기 판매 이후에도 한우 판매(606억원)는 5.4% 신장하는 등 1위 자리는 한우가 굳건히 지키고 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 이후 음식점에서도 쇠고기, 돼지고기의 원산지를 의무적으로 표시하도록 하는 등 원산지 표시 확대도 국산 수요 확대에 기여한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를 계기로 캐나다까지도 미국산과 동등 대우를 요구하며 시장 개방을 요구하는 등 쇠고기 문제가 또다시 통상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캐나다는 지난해 11월 광우병 발생 이후 수입 재개를 위한 기술협의가 잠정 중단되자, 쇠고기 수입 재개 지연과 관련해 우리나라는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며 시장 개방 압력을 높이고 있다.
문향란 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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