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한밤에 지구대 코 앞의 주택가 골목길에서 다 잡아 놓은 3인조 금은방 강도를 두 번씩이나 놓쳤다. 범인들이 탄 차량 유리창을 경찰봉으로 깨고 권총을 쏘는 등 검거작전은 영화의 한 장면을 연상케 했지만, 범인들은 경찰을 따돌리고 유유히 사라졌다.
15일 오후 8시25분께 광주 남구 주월동의 한 식당 앞. 폭 5m 남짓한 골목길 한쪽에 주차돼 있던 흰색 아반떼 승용차 뒤로 남부경찰서 방림지구대 소속 경찰관 2명이 탄 순찰차 1대가 멈춰 섰다. 10여분 전 이 곳에서 1㎞ 가량 떨어진 금은방에 침입한 3인조 복면 강돌들이 이 차에 타고 있다는 피해자 측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것이다.
범인들은 금은방 주인 김모(47)씨와 김씨의 동생(38) 등 3명을 흉기로 위협, 밧줄로 묶고 시가 3억원 상당의 금 7.5㎏과 현금 120만원을 빼앗은 뒤 차를 타고 도주해 이 곳에서 범행 당시 입었던 옷을 갈아 입고 있었다. 김씨의 동생은 범인들이 도주한 직후 밧줄을 푼 뒤 오토바이를 타고 범인들을 뒤쫓아가 이 사실을 형을 통해 경찰에 알렸다.
"잠시 검문이 있겠습니다." 경찰관 1명이 승용차 조수석 옆으로 다가가 검문을 하자 차 안에 있던 범인 1명이 창을 내리고 흉기를 휘두르며 저항했다. 갑작스러운 흉기 위협에 깜짝 놀란 경찰관이 멈칫하는 사이 범인들은 차를 몰아 달아났다.
당시 범인들 차량 앞에는 승용차가 주차돼 있었지만, 뒤에 있던 순찰차와의 간격이 넓어 쉽게 빠져나갈 수 있었다. 순찰차를 바짝 붙여 도주로를 차단해야 하는데 이를 소홀히 한 것이다.
범인들은 130여m쯤 달아나다 마주오던 봉고차에 막혀 경찰과 두 번째 대치했다. 도주 차량은 뒤쫓던 순찰차와 검거 지원을 위해 출동해 봉고차 뒤에서 나타난 백운지구대 순찰차 사이에 끼어 '독 안에 든 쥐' 꼴이었다.
범인들은 길 옆에 주차된 차량을 들이받으며 빠져나가려고 몸부림을 쳤고, 이 과정에서 경찰관 6명이 용의차량을 에워싼 채 경찰봉으로 차량 앞 유리를 깨고 공포탄 1발과 실탄 3발을 쏴 운전석 쪽 앞 바퀴를 맞혔다.
그러나 범인들은 앞서 있던 봉고차가 옆길로 빠져나가자 타이어가 펑크 난 차를 그대로 몰고 경찰을 따돌린 뒤 백운지구대 앞을 지나 달아났다. 범인들은 2차 대치 현장에서 400여m 떨어진 백운동 P호텔 건너편 골목길에 차량을 버리고 사라졌다.
이날 지구대 경찰들이 실탄까지 쏘며 추격전을 벌였지만, 인근 백운지구대에 있던 직원들은 상황 확인을 위한 출동도 하지 않았다. 경찰은 또 도주 차량 추적도 헛발질만 하다가 주민 신고로 사건 발생 35분여 만에 이 차량을 발견했고, 도난 차량임을 확인했다.
경찰은 범행 차량 및 금은방에서 채취한 지문과 유류품 감식 작업을 진행하는 한편, 동종 전과자를 상대로 탐문수사를 벌이고 있다.
광주=안경호 기자 k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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