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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새 경기도교육감의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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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새 경기도교육감의 과제

입력
2009.04.17 0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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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교육감 선거에서 전교조 등 진보연합의 지지를 받은 후보가 당선됐다. 흔히 서울시교육감을 '교육 대통령'이라 부르지만, 경기도교육감도 그에 못지않다. 서울시교육청의 연간 예산이 6조5,000억원인데 비해 경기도교육청은 8조5,000억원이나 된다. 학교ㆍ학생ㆍ교사 수도 더 많다.

그러나 지금 우리 사회가 새 경기도교육감을 주목하는 이유는 교육청의 규모나 교육감의 영향력 때문은 아니다. 전통적으로 보수적 색채가 짙은 교육계에서 진보성향의 교육감이 출현함에 따라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새 교육감이 서울시교육감과 여러 면에서 묘한 대조를 이루기에 더욱 그렇다.

서울ㆍ경기 교육의 '비교실험'

공정택 서울시교육감은 정부 정책에 충실해온 교직자 출신이다. 이에 비해 김상곤 경기도교육감 당선인은 서울대 총학생회장과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 공동의장 을 지냈다. 공 교육감이 이명박 정부의 교육 정책과 맥을 같이 한다면, 김상곤 당선인은 정부 정책에 '태클'을 걸어 당선된 인물이다.

두 교육감이 이끌어갈 서울과 경기도의 교육자치는 흡사 운동경기의 청군ㆍ홍군을 연상시킨다. 이처럼 교육에 대해 180도 다른 사고의 패러다임을 갖춘 교육감들이 이끌 교육자치가 향후 어떤 평가를 받게 될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이제껏 경험하지 못한 교육자치의 의미있는 실험과 관찰의 기간이 될 것은 틀림없어 보인다.

오랫동안 우리 교육에는 한쪽 방향의 독주만 있었을 뿐, 지금처럼 주민 직선에 의해 다양한 교육 정책을 비교해볼 수 있는 기회가 흔치 않았다. 대부분 세상사가 그러하듯, 교육 정책도 어느 한쪽 모두가 옳고, 다른 한쪽 모두가 틀린 것은 없다. 서로 선의의 경쟁을 통해 보완하고 협력해 최선의 대안을 찾아나가는 끊임없는 노력과 자세가 정말로 필요한 시점이다.

공 교육감과 김 당선인은 모두 1년 2개월이라는 짧은 임기가 남아 있다. 유종의 미를 추구하는 서울시교육감과, 내년 6월 또 한 차례 교육감 선거에 도전해야 하는 김 당선인의 행보는 사뭇 다를 수밖에 없다. 재출마를 염두에 둔 교육감이라는 점에서, 보수 진영이 우려하듯 경기도 교육의 근간을 흔드는 초강수 정책은 쓰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교육 정책의 무리한 방향 전환이 자칫 시행착오와 부작용으로 이어질 수 있고, 이는 곧 내년 선거에서 '자살골'을 초래하는 어리석은 행동임을 잘 알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대신 김 당선인은 자신의 선거 공약대로 이명박 정부의 교육 정책에 어느 정도 대립각을 세워 확실한 목소리를 낼 것이다. 다시 말해 한판승을 목표로 KO 펀치를 준비하기 보다는 단타성 잽을 날리는 득점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함으로서 대다수 보수 성향의 전국 16개 시ㆍ도 교육감들과 차별화한 이미지를 부각시켜 내년 교육감 선거에서 진보 진영의 결집을 노릴 것으로 보인다.

'견제와 균형'통한 교육발전을

진보 진영의 교육감 후보가 보수 진영의 현직 교육감을 누르고 당선된 것은 대단한 일이다. 하지만 당선인 개인에 대한 평가와는 별도로 낮은 투표율과 진보 진영의 후보 단일화가 큰 도움이 됐음은 부인하기 어렵다. 보수 진영의 '설마'하는 안일함, '경쟁'을 앞세운 이명박 정부의 불안전한 교육 정책도 그에게 큰 도움이 됐을 것이다.

김 당선인은 1년 2개월 임기 동안 시장적 가치보다는 교육적 가치에 충실한 경기 교육의 수장이 되고, 상호 견제를 통한 교육의 균형 발전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우리 사회에 일깨워주는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오성삼 건국대 교수ㆍ교육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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