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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계 첫 美연방 하원의원 김창준의 숨겨진 정치 이야기] <55> 북한 로켓 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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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계 첫 美연방 하원의원 김창준의 숨겨진 정치 이야기] <55> 북한 로켓 발사

입력
2009.04.15 2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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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 년 전인 1998년 8월 31일, 북한이 처음으로 대포동 1호 장거리 로켓을 발사했을 때 일이다. 당시만 해도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의 하나이자 지구상 거의 유일한 공산독재국가, 그리고 만성적인 식량난에 허덕이는 북한의 로켓 발사에 대해 국제사회는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다.

이 때문에 북한에 대한 비난의 초점은 군사안보적 측면보다는 차라리 그 돈으로 굶어 죽는 수백만 자국민을 살리는 데 쓰는 게 옳지 않았느냐는 주로 인도주의적 측면에 맞춰져 있었다. 그럼에도 북한이 장거리 로켓을 발사한 것은 이를 통해 당시 미국의 클린턴 행정부와 어떤 큰 이익을 위한 협상을 벌이고, 자신들의 존재를 다시 한번 세계에 알리려는 속셈이었다.

당시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은 10년 뒤인 지난 5일과 마찬가지로 실패로 끝났지만 그래도 1,620km를 날 수 있는 미사일 기술이 개발됐다는 것은 그냥 가볍게 넘어갈 문제가 아니었다. 무엇보다 한국과 일본에 중대한 위협이 될 뿐 아니라, 만일 이 기술을 테러를 일삼는 국가나 단체에 넘긴다고 생각할 경우 등골이 오싹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 연방 하원은 북한이 대포동 1호를 발사한 지 열흘 만에 이를 엄중히 비난하는 법안 (105th congress 2nd Session H.RES.526, Submitted by Mr. Kim, Introduced Sep,10,1998) 을 내 이름으로 상정했고, 압도적으로 통과됐다.

법안은 당시 김대중 대통령이 햇볕정책의 이름으로 금강산 관광 등을 제안한 상황에서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한 것은 적절치 못한 행동임을 지적하면서, 북한이 미사일 기술을 이란, 시리아, 파키스탄 등에 수출하는 것도 공공연한 사실임을 분명히 했다.

이와 함께 미국 정부가 지원하는 식량이 이를 필요로 하는 주민들이 아닌 북한 군부에 전용되고 있는 점을 감안해 미국 대통령은 이처럼 비이성적이고 반민주적인 정부에 대한 식량과 에너지 지원을 심각하게 재고할 것을 촉구했다.

물론 북한에 대해 더 이상의 미사일 발사를 자제하도록 하는 내용도 담았다. 북한 방송은 내가 제출해 통과된 미 의회의 미사일 법안과 관련해 나를 신랄하게 공격하는 보도를 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8년 뒤인 2006년 북한은 또다시 미사일을 시험 발사했다. 이 역시 발사 40초만에 공중 분해되는 실패를 겪었지만 수많은 주민들이 굶어죽는 상황에서 계속 미사일을 쏘아대는 북한을 향해 국제사회는 비웃음을 보냈다. 당시 대포동 1호는 일본 영토를 넘어 태평양에서 공중분해 됐지만 일본 국민들을 공포로 몰아넣기에 충분했다.

미 의회는 아태분과위원회 주최로 미 정보 책임자들을 불러 비밀청문회를 열었다. 당시 여당인 민주당 의원들이 더 열을 올리면서 북한이 발사하려는 것이 미사일인지 인공위성인지 여부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던 정보당국을 비판했다.

특히 일본 상공을 날아 태평양에 떨어진 북한의 미사일이 언젠가는 하와이에까지 도달할 가능성에 대해 대책을 집중 추궁했지만 시원한 대답을 얻지 못했다. 사실 대부분의 미 의원들은 북한에 대한 좋지 않은 인상을 갖고 있는 것 말고는 관련 지식과 관심은 별로 없었다.

이런 마당에 미 의회 청문회에 출석한 탈북자들의 눈물 나는 진술은 많은 의원들로 하여금 북한 정권을 증오하도록 만들었다. 미사일 발사에 들어가는 엄청난 비용으로 굶어 죽는 주민들에게 식량을 공급하고, 열악한 인권 상황을 개선하지 않는 한 북한을 '악의 축'으로 지정해야 한다는 게 민주당과 공화당의 대체적인 의견이었다.

며칠 전 (2009년 4월 5일) 북한은 또다시 실패하긴 했지만 인공위성 광명성 2호를 궤도에 올리기 위한 '은하 2호' 장거리 로켓을 발사했다. 이번에는 3,200 km를 날아 태평양에 떨어졌으니, 98년 당시에 비해 2배가 넘는 사정거리를 감안할 때 향상되는 북한의 미사일 개발 능력을 무시하고 넘길 수만은 없다.

북한은 사실상 대륙간 탄도미사일 (ICBM) 기술 보유에 가까워졌음을 입증한 것이다. 특히 이번에는 지난 번과 달리 중국을 포함한 국제사회가 한 목소리로 강력한 경고를 했고, 심지어 미국과 유럽연합 27개국 정상들까지 발사 중지를 촉구하는 공동성명을 채택했음에도 북한은 끝내 이를 무시했다.

북한은 에너지 등 일상생활에 필요한 물자를 포함해 경제 전반에서 중국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만큼 북한에 대한 중국의 입김이 세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요즘 미국은 중국과의 외교에 바쁘기 때문에 중국의 위상이 우뚝 섰다. 내가 의회에 있을 당시만 해도 중국이 앞으로 세계를 좌지우지할 강대국이 될 것으로 믿는 의원은 한 사람도 없었다. 뿐만 아니라 중국에 호감을 갖고 있는 의원들도 극소수였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한국은 김대중 대통령이 대북 화해 노력으로 노벨평화상까지 받았건만 북한은 아직도 동족인 한국을 무시하고 중국에만 의지하는지, 김대중, 노무현 두 친북정권은 도대체 집권 10년 간 뭘 했기에 북한의 태도는 한결같이 한국을 무시하고 경멸하는지 이해하기 힘들다.

북한이 어려움에 처했을 때 중국이 아니라 남한에 도움을 청하고, 또 남한을 믿고 의지하는 날이 오기만을 바랄 뿐이다.

북한의 최근 미사일 발사로 가장 체면이 구겨진 나라는 일본인 것 같다. 두 차례나 엉터리 경보를 발령했고, 일본 언론들조차 과잉반응에 우왕좌왕하는 일본 정부를 비웃었다.

더욱이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면 반드시 요격하겠다고 떠들어 댄 것도 그렇지만 일본 이지스함에 배치해 놓은 패트리어트 미사일로 격추시키겠다는 호통은 더욱 그랬다. 북한의 미사일은 100km상공을 날아가는데 패트리어트 미사일의 사정거리는 겨우 20km에 불과하니 웃기는 얘기다.

미사일 방어체제에 대한 일본 정부의 호언장담은 우스운 쇼로 끝났다. 다만 웃어 넘기지 못할 일은 일본이 이번 기회를 군사력 증강을 위한 절호의 기회로 삼고 공공연하게 군비 확충에 나설 것이 명백하다는 점이다.

오바마는 경제살리기와 아프카니스탄 파병 등 다른 급한 현안이 산적해 있어 대북정책은 우선 북한이 집요하게 원하는 북-미 직접대화에 동의하는 것으로 해결될 줄 알았지만 북한은 이를 일축한 채 미사일을 발사했다.

이 쪽에서 이성적으로 나오면 저 쪽도 이성적으로 나올 것이란 분석은 북한에 대해서는 통하지 않는다. 그러니 그 돌발 행동에 우리도 항상 유념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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