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쿠바에 가족을 둔 미국인들의 쿠바 방문과 송금 제한을 철폐한다고 13일 발표했다.
이 조치는 1962년 쿠바 미사일 위기 이후 47년간 지속돼온 미국의 쿠바 봉쇄가 풀리는 첫걸음으로 기록될 듯하다.
로버트 깁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국무부와 재무부, 상무부에 지시해 쿠바에 친지를 둔 미국인의 현지 방문과 송금이 자유롭게 이뤄지도록 모든 제한 조치를 해제하도록 했다"고 발표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지금까지 쿠바계 미국인들은 3년마다 2주동안만 고국을 방문할 수 있었고, 1인당 연간 1,200달러(160만원)까지만 송금할 수 있었다. 쿠바계가 아닌 미국인은 학술 활동 등 예외적인 경우에만 허용됐다.
그러나 쿠바 정부나 쿠바 집권당에서 일하는 인물을 위한 송금, 쿠바에 친지가 없는 미국 시민에 대한 송금 제한, 쿠바에 대한 수출입 금지조치 등 주요한 봉쇄 조치는 유지된다.
미 정부는 이와 함께 미국 통신서비스사들이 양국을 연결하는 광케이블사업과 위성통신 사업을 진행할 수 있도록 허용키로 했다. 또 쿠바측 통신사와 연계한 로밍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쿠바 주민이 통신과 위성라디오, 위성TV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미국 거주자가 요금을 지불하는 것도 허용했다.
이런 조치는 고립된 쿠바에 외부 정보 유입이 원활하게 이뤄지도록 해 쿠바 체제변화를 유도하기 위한 목적에서 비롯됐다.
하지만 이번 조치로 미국의 쿠바 제재가 근본적으로 변화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많다. 쿠바 전문가 필립 피터스 렉싱턴연구소 부소장은 "이번 조치는 단순히 인도적 차원의 제재 완화이며, 쿠바 문제의 근본을 건드렸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고 뉴욕타임스가 전했다.
쿠바의 피델 카스트로 전 최고 지도자도 관영 웹사이트에 올린 글을 통해 "쿠바는 미국에 자선을 구하지 않으며, 47년간 존속하고 있는 금수 조치를 해제해야 한다"며 불만스러운 반응을 보였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그럼에도 미국의 쿠바 제재 조치를 강력 지지해 온 미국 거주 반 카스트로 쿠바 망명세력의 목소리가 눈에 띄게 약해진 것은 주목할 만하다. 뉴욕타임스는 "미국 내 쿠바 이민자 사회에서 세대 교체가 진행되면서 반(反) 카스트로 정서가 많이 약해지고 있다"며 "이제 쿠바 정부가 실질적인 개방조치를 취해야 양국간 관계가 획기적으로 진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영오 기자 young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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