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이 줄거나 빚이 늘면 자녀의 학원ㆍ과외비를 줄이는 게 정상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 부모들은 자녀가 대학에 진학할 시점이 가까워질수록 부채 증가를 감수하면서까지 사교육비 지출을 늘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15일 한국은행 금융경제연구원의 '가계 재무구조와 사교육비 지출 행태' 보고서에 따르면 2004년 당시 중3 자녀를 둔 가계의 경우, 자산이 늘면 사교육비를 늘리고 반대로 부채가 많아지면 사교육비를 줄이는 경향을 보였다. 자산 1억원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1만8,000원 늘었고, 부채 1억원당에는 1만1,000원이 감소했다. 부채가 많을수록 사교육비를 줄이는 정도는 저ㆍ중ㆍ고소득층 가운데 특히 중간 소득층에서 두드러졌다.
하지만 대학 입시가 다가오면 얘기가 달라진다. 중3 자녀가 고2가 된 2006년 자료를 분석한 결과, 자산 증가에 따른 사교육비 증가세는 비슷했지만 부채가 1억원 늘어나도 사교육비를 월평균 9,000원 늘린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일부 저소득층 가정을 제외하곤 공통된 현상이었다.
보고서를 작성한 이찬영 경제제도연구실 과장은 "중3 때는 부채와 사교육비 지출이 반비례 관계를 보이다 고2 시기에는 비례 관계로 바뀌었다"며 "대학 진학 시점이 가까울수록 부채를 감수한 사교육비 지출이 이뤄지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이 밖에 다른 조건이 같을 경우, 어머니의 학력이 높고 대도시 거주 가정일수록 사교육비 지출이 많았다. 이번 분석의 토대가 된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의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현재 국내 초ㆍ중ㆍ고생 10명 중 8명이 사교육을 받고 있으며 가구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31만원, 전체 교육비에서 사교육비 비중은 63.3%였다.
김용식 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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