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ㆍ29 재보궐 선거를 2주 남짓 앞둔 14일 울산 북구에서는 진보진영의 후보단일화 여부가 단연 화제였다. 그 동안 이 지역은 진보측 인사들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특성을 보여왔기 때문에 단일화만 이뤄지면 한나라당 후보와 접전이 벌어질 것이라는 예상 때문이다.
선거에 관심이 있는 탓인지 울산 타지역은 시를 관통하는 태화강처럼 고요했으나 북구에 들어서니 사뭇 분위기가 달랐다. 주민들은 선거 이야기가 나오면 기다렸다는 듯 한마디씩 거들었다.
14일까지 진보진영의 후보 단일화는 이뤄지지 않았으나 단일화 성사 이후 파괴력은 대체로 인정되는 분위기다. 한나라당 지지자인 이모(52)씨도 "경제가 어려우니 한나라당이 유리할 것 같은데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이 후보단일화를 하면 (결과를) 모르죠"라고 말했다. 여기엔 단일화가 무산되면 한나라당의 어부지리가 될 것이라는 단서가 달렸다.
단일화가 이뤄져도 한나라당 박대동 후보가 우세할 것이라는 전망도 물론 있다. 현대자동차에 7년째 재직 중인 박모(31)씨는 "회사 내에서 한나라당 선호도가 높아졌기 때문에 단일화 효과가 있을 지 모르겠다"며 조심스러워 했다.
부동산 중개업을 하는 황모(50)씨는 "17대 때에 비해 2~3억원 이상의 대단지 고급아파트에 사는 사람이 많아져 상황이 변했다"고 분석했다. 한나라당 지지자들은'영남의 섬'이라고 불릴 정도로 독특한 노동자 색채를 우려하기도 했다. 공영주차장을 관리하는 이모(74) 씨는 "근로자뿐 아니라 지역발전을 포괄적으로 신경써야 한다"고 말했다.
진보측 지지자들은 대부분 단일화이후 승리 가능성을 높게 봤다. 현대자동차 공장 앞 주유소에서 일하는 강모(43)씨는 "단일화를 이루면 선거에서 이길 것"이라고 자신했다. 강씨는 이어 단일 후보에 대해 "동구청장을 지낸 김창현 후보(민주노동당)는 북구에서는 인지도가 떨어지니 조승수 후보(진보신당)가 나와야 하지 않느냐"며 지지성향을 드러내기도 했다.
단일화 전망에 대해선 반응이 엇갈렸다. 중심가인 호계로에서 과일 노점을 운영하는 오모(50)씨는 "누구로든 단일화가 이뤄질 것"이라고 낙관했으나 자동차 정비업소 대표인 최모씨는 "글쎄 될까 모르겠는데…"라며 말 끝을 흐렸다. 진보진영은 실무협의를 계속하며 단일화 노력을 이어가기로 했다.
현장에서는 바로 옆 지역구 의원인 한나라당 정몽준 최고위원의 지원도 변수로 꼽힌다. 택시기사인 홍모씨는 "동구에서만 5선을 지낸 정몽준 의원이 지원유세하면 게임은 끝난 것"이라고 단정했다. 홍씨는 다만"한나라당 전략공천에 불만을 품고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한 김수헌 이광우 후보가 표를 갉아 먹는 게 변수"라고 말했다.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것이 투표율 변수다. 중년 여성 3명이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는 화장품 가게에 들어가 선거 이야기를 꺼내자 이구동성으로 "솔직히 잘 모르고 관심도 없다"며 "투표하면 뭐해. 되고 나면 다 그 놈이 그 놈인데…"라고 불신을 드러냈다.
■ 후보등록 前 단일화 무산
4ㆍ29 울산북구 재선거에서 단일후보를 내려던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의 계획이 사실상 무산됐다. 양당은 14일까지 여론조사와 민주노총 노조원 투표 등 단일화 방식에 합의하지 못함에 따라 후보등록 마감일인 15일까지 이를 결정짓기 어렵게 됐다.
양당은 이에 따라 각각 후보등록을 한 뒤 선거운동 기간에 단일화를 추진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시너지 효과는 상당부분 반감될 수밖에 없게 됐다.
박석원 기자 spark@hk.co.kr
울산=박민식 기자 bemyself@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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