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스포츠 라운지] 프로배구 우승·삼성화재 감독 신치용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스포츠 라운지] 프로배구 우승·삼성화재 감독 신치용

입력
2009.04.15 23:57
0 0

"세상에 공짜가 있나요?"

우승 비결을 묻자 '코트의 제갈공명' 신치용(54) 삼성화재 감독은 씩 웃었다. "놀면서 1등할 순 없죠. 보이지 않는 곳에서 열심히 노력한 결과입니다." 지난 13년 동안 11차례 정상에 올라 우승확률이 무려 84.61%. 곁에 있던 명장의 아내 전미애(50)씨는 말이 없었다. 남편이 배구에 미친(?) 탓에 보름에 한 번씩 만나니 입이 튀어나올 수밖에 없다.

■ 회사에선 100점, 남편으론 60점(?)

배구계의 제갈공명 신치용 감독을 15일 서울 도곡동 자택에서 만났다. 삼성화재는 12일 현대캐피탈을 꺾고 2008~09 프로배구 챔피언이 됐다. 최태웅, 석진욱 등 우승의 주역은 휴가를 떠났지만 제갈공명은 사흘째 숙소에서 머물렀다. "선수 구성이 남들보다 뒤지니 내년에는 어떻게 꾸려갈지 계획을 세울 때입니다."

여자농구 국가대표 출신으로 소문난 미녀였던 전미애씨. 이젠 '신치용 아내'로 불리는 그는 남편 얼굴조차 보기 어렵다. "인터뷰가 없었다면 어제도 오늘도 남편을 만나지 못했을 걸요." 부부 인터뷰가 아니었다면 이날도 과부(?) 신세를 면치 못할뻔했다.

아내의 눈에 비친 남편 신치용은 어떨까? "삼성화재에선 만점짜리 감독이겠죠. 배구인 신치용도 100점? 남편으로선 60점이에요. 일년에 얼굴 보는 날이 두 달도 되지 않으니…. 그렇지만 신문 인터뷰에서 낙제점을 줄 순 없잖아요. 그래도 믿음직한 남편이니까 60점 줄래요."

■ 신뢰ㆍ희생ㆍ배려로 일군 우승

삼성화재는 2006~07시즌에 현대캐피탈에 우승을 뺏겼고 '갈색 폭격기' 신진식마저 은퇴했다. 이후 객관적인 전력상 꼴찌 후보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신진식과 김세진 없이 2년 연속 우승해 배구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남들은 우리(삼성화재)가 세계 배구흐름과 반대인 수비배구를 추구한다고 합니다. 수비배구를 하고 싶은 게 아니라 키가 작아서 수비라도 잘하려고 노력한 겁니다. 수비와 조직력에서 앞서지 못하면 이길 수가 없어요. 그리고 우리가 가진 잠재력을 모두 짜내고자 정신력을 강조했죠."

삼국지를 즐겨 읽는 신 감독은 선수들에게 인화, 단결을 주문했다. "서로에게 마음을 열어라. 서로 신뢰하고 배려해야 강해진다." 무릎 수술을 무려 네 차례나 받았던 석진욱과 양 무릎에 물이 찬 신선호는 이를 악물었다. "애들이 그러대요. 무릎이 너무 아파서 쉬려고 해도 눈치가 보여서 못 쉬겠다고." 무적함대 삼성화재의 우승은 신뢰와 희생, 그리고 배려에서 비롯됐다.

■ 제갈공명이 꿈꾸는 배구관은?

어쩌면 우승보다 어려울지 모른다. 신 감독은 "가치관이 제대로 박혀 인품이 있는 선수를 배출하는 명문팀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학교에서 할 일을 성적이 최우선인 프로배구단에서 하겠다니. 부창부수라고 할까? 아내는 남편의 말에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삼국지의 주인공 제갈공명은 천하삼분지계를 내세워 촉을 강대국으로 만들었지만 천하통일이란 꿈을 끝내 이루지 못했다. 배구판의 제갈공명 신 감독은 입을 다물었지만 가슴에는 큰 꿈을 품었다. 2002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일궈 아시아를 제패했던 그는 구체적인 목표를 밝히진 않았다.

인터뷰가 끝날 즈음 남편이 아내에게 한마디 했다. "오늘 집에 못 온다." "왜요?" "내일 아침 7시 전에 본사에 출근해야 해. 하던 일 마치고 숙소에서 잘게." "이러니 남편 얼굴 볼 일이 없죠." 아내가 못내 아쉬운 눈빛을 보내자 남편은 마지못해 한마디를 더 던졌다. "그럼 주말에 등산이나 한 번 가지 뭐."

등산은 자주 가냐고 물었다. "결혼 27년차인데 등산은 두 번 갔어요." "이 사람 봐라. 왜 두 번이야. 네 번이지? 수락산에도 갔었잖아."

이상준 기자 ju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