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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시 평동서 중국집 운영 장동안씨 "8년째 블랙데이에 어르신들 자장면 대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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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시 평동서 중국집 운영 장동안씨 "8년째 블랙데이에 어르신들 자장면 대접"

입력
2009.04.15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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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경기 수원시 평동의 한 중국집. 자장면을 비비는 백발의 할머니 할아버지들로 가게가 금세 가득 찼다. 어르신들은 자장면을 들면서 "장 사장이 만들어주니 참 맛있다. 맛있어"를 연발했다.

이 날은 우리나라에만 있는 기념일인 '블랙데이'다. 언제 어떻게 시작했는지 모르지만, 이날은 '밸런타인데이'나 '화이트데이' 때 초콜릿이나 사탕을 주고받지 못한 남녀들이 검은 옷을 입고 자장면을 먹는다는 이색 기념일로 알려져 있다.

중국집 상술쯤으로 치부할 수 있지만 수원시 평동에서 중국집 '북선각'을 운영하는 장동안(58)씨는 2002년부터 8년째 매년 블랙데이에 노인 500여 명을 초청해 무료로 자장면을 나누고 있다.

22년 전 이 자리에서 월세로 중국집을 시작해 내 집 마련은 물론 작은 건물도 1채 샀다는 장씨는 "이게 다 동네 주민과 어르신들이 자장면 많이 팔아주신 덕분"이라며 감사한 마음으로 이 일을 시작했다. 장씨는 명절에도 자장면을 만들어 동네 경로당에 제공하기도 했다.

장씨는 "블랙데이면 대목인데 왜 장사를 안하고 봉사를 하냐고 묻는 분들도 있다"면서 "이런 지적에도 불구하고 어르신을 대접하는 걸 자랑스럽게 여기는 아내의 응원이 고맙다"고 말했다.

이날은 특히 의용소방대원으로 봉사하는 수원중부소방서 구급대원과 공중보건의가 함께 나와 자장면을 먹고 난 어르신들의 건강검진까지 해줘 장씨를 더 기쁘게 했다.

평동에 사는 장현복(73)할아버지는 "매년 이날 여기서 공짜로 자장면을 먹고 있다"며 "장 사장이 워낙 어른들에게 친절하게 잘해 자장면을 시킬 때 여기로만 전화한다"고 말했다.

같은 동네 이주한(78)할아버지도 "요즘처럼 각박한 때 노인을 가족처럼 위하는 장 사장을 항상 고맙게 생각한다"면서 "그래서 그런지 자장면도 맛있다"고 웃었다.

장씨는 "내가 가진 것으로 베풀 수 있으니 행복하다"면서 "비록 자장면 한 그릇에 불과하지만 맛있게 드시며 웃는 어르신들을 위해 힘 닿는 데까지 자장면 봉사를 계속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범구 기자 gogum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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